이기는 사람은 악마도 설득한다 - FBI 협상가로부터 배우는 비즈니스 프로파일링
게리 네스너 지음, 류초롱 옮김 / 라이프맵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범죄자와의 협상을 다룬 책이다. 실화가 들어 있어 흥미 진진하고 예전에 봤던 영화들이 떠올랐다. 인질이 있는 건물에 들어가 환자만 후송해 나오는 것처럼 하지만 방탄조끼에서 총을 꺼내 범인을 제압하는 형사! 고도의 심리전으로 범인을 안심시킨 뒤 눈치를 살피고 범인을 검거하는 멋진 모습은 영화에서만 존재하는게 아니다. 실제로 있기 때문에 영화로 다룰 수 있는 것이다. 저격수들이 사방에서 겨누고 있지만 안전하다고 거짓말을 하여 범인의 경계를 늦추는 기술은 설득이라기 보다는 사기에 가깝다. 하지만 범죄자를 검거하기 위해서는 '악마'에게 하는 거짓말은 공무수행이라 하겠다. 개그콘서트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항상 주어지는 시간이 10분이다. 시간을 끌기 위해 범인에게 설득을 하거나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으로 무고한 시민들을 구출해야 한다. "Stalling for time" 이 책의 원제는 시간 끌기에 집중하고 있는데, 시간을 벌어 더 좋은 방법을 찾고 안전하게 사건을 마무리하는 기술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1. 적대감을 품은 상대와 협상할 때는 이해가 최우선이다
2. 강요가 먹히지 않는 상대는 먼저 회유하라
3. 마음과 마음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 바로 신뢰다] 98p
영화에서 범죄자를 설득하는 장면을 보면 얼굴에 '당신을 이해한다'라고 씌여진 굉장히 연륜이 많은 협상자가 등장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냉혈한에게 잘못 걸려(?)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강한 인상에 범인을 무너뜨린다. 대부분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내 마음을 흐트러뜨리고 그들을 대동해 같이 설득시킴으로써 범인을 체포하는데, 이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 시간을 버는 과정에서 실패하기도 한다. 인질도 살리지 못하고 범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상황이 일어나면 작전을 준비하고 지휘하는 사람들에게 너무도 큰 좌절감을 안겨준다. 저자도 그런 실패를 겪음으로써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는 노하우를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잘못된 상황에서의 오류를 지적한다. 책을 읽다보면 일반적인 사업 협상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상대방을 편하게 해줌으로써 경계를 풀게 하고, 자신의 약점을 드러냄으로써 친근감을 갖게 하고, 경청의 태도를 취함으로써 대화를 유도하는 전략들.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요구조건을 수용하면서도 조정하는 관리능력은 협상가의 가장 큰 능력으로 어느 분야에서든 통하는 것 같다.
[첫 주가 지난 뒤, MRTA는 남은 미국인 외교관 전부를 포함해 인질들을 더 석방했다. 기쁜 일이었지만, 이것이 사실 MRTA의 입장에서는 영리한 전략전 수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미국인 인질들을 모두 풀어줌으로써 미국이 구출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자신들의 전술병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없애기를 바랐다.] 32Op
실화를 통해 경험담에서 나오는 노하우가 잘 정리되어 있다. 그래서 더더욱 실감나게 읽으며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게 장점이다. 내가 일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나는 현황을 파악하고 진단하는게 목표다. 그래서 그들에게 현황(인질)을 요구하지만 그들은 업무에 도움이 될 자료(요구사항)를 얻기 보다는 시간만 뺏기거나 일이 더 늘어날 것이 우려되어 나를 피한다. 그래서 기존의 직원들이 쓰는 방법인 저자세 접근이나 도움을 주겠다, 식사를 같이하자라는 진부한 방법으로 자료를 요구한다. 50%정도는 성공하지만 나머지는 두 세번 이상 시도해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최근 고객들에게 들은 지적으로는 먼저 자료를 주고 필요한 것을 요청하라는 것이다. 뭘 원하는지 알아야 줄 것 아닌가? 일단 들고 있는 것을 모두 보여주고 필요한 것을 말하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블링블링한 것을 살짝 보여주고 자료를 받은 뒤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해 제공해 줄 것인가? 도서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시간을 벌어 최대한 안전하게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은 일정을 맞춰야 하는 더 중요한 조건이 있어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 하지만 상대방과 가까워지고, 경계를 풀수 있는 방법은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고객들을 악마로까지 보진 않지만, 악마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악마를 설득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쨌든 일은 마무리해야 하니 그들과 접촉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효과적이고 체계화된 방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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