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권유 - 사유와 실천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춘을 위한
김진혁 지음 / 토네이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직장이 매봉역 근처라 그 부근에 있는 EBS에 대해 자주 듣는 편이다. 본사 앞에 양재천 길의 낙옆이 졌을 때는 EBS 제작팀이 어린이를 위한 방송을 제작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보기도 한다. 그런데 대중교통 광고에 왜 EBS를 광고해야만 하는지는 항상 의문이었다. 2011년을 넘기기 전에 그 궁금증을 풀게되어 하루 남은 올해를 더 가치있는 생각으로 채울 수 있게 되었다. EBS는 이미 교육 방송으로 여러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청자들에게 꾸준히 시청되고 있다. 하지만 수능이나 수험생을 위한 방송은 다른 채널로 분리되어 정식 채널은 시청률이 매우 미미해지는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 상황을 전환하기 위해 김진혁 PD가 중심이 되어 '지식채널e'가 나오게 되었다. 시청률이라는 방송의 기본적인 평가를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광고도 있겠지만 질 좋은 컨텐츠가 따라야 한다. 지하철이나 도서로도 나온 지식채널e는 그러한 생각들에서 나왔으며 짧지만 모두에게 큰 사고의 전환을 가져다 준다. < 지식의 권유 >(토네이도, 2011)가 지식채널e를 나오게한 사고방식을 설명하고 있으며, 기존의 편협되고 조장된 시야를 넓히는 기회를 마련하다.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은, 두 가지가 서로 대립 관계에 있다는 '단정적인 생각'을 내포하고 있는 질문이다. 이 둘은 결코 공존할 수 없는 배타적 관계라는 걸 은연중에 암시하며 질문을 듣는 이 역시 그와 같이 생각하도록 설득하려 든다. 겉으로는 양자택일의 단순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당신의 사고를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려는 '함의'가 담겨 있는 것이다.] 7p

지식채널e를 보면 상당히 위험해보이는 내용이 나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까지 배워왔던 지식들을 부정하려 드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중립적인 EBS에서 왜 이런 내용이 나올까?'라는 고민이 계속 이어져 방송사와 정치적인 연관성을 따지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그런 사고를 갖는 나의 생각마저 잘못되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한국사회에서 말하는 좌와 우의 대립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허상과 프레임에 갖힌 이들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선택지이다. 그 옆에 기타라는 선택지가 있고 자유롭게 서술할 수 있는데, 우리는 1번과 2번 중에서 골라야하는 객관식에 길들여진 것이다. 창의적으로 기타란에 자신의 의견을 쓸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주지 않았고, 이제는 그건 선택지에 있는 항목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주입시켰다.

[게다가 동일한 정부부처를 매일 출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당 부처의 정부 인사와 인간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게 되고, 날카로운 비판을 하기가 어려워져 적당히 타협하는 기사를 쓸 수밖에 없게 된다.] 98p

나는 고객사에 들어가 현황을 파악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 향후 개선점을 보고해줄 의무를 갖고 있다. 하지만 도서에서도 말하듯, '출입처'에 묶여 결코 객관적이고 사실에 입각한 보고서를 내주기 어렵다.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기대감을 채워줘야하는 것은 물론 크리티컬한 이슈들은 선조치 후 보고가 되어야 할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은 모든 게 사실일 수만은 없다. 또한 사실이라도 편집 의도와 다르게, 오도된 방향으로 전달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큰 언론의 시각도 중요하지만, 소수의 다른 언론의 시각으로 여러 각도에서 보길 권장한다. 지식채널e도 이제껏 다뤄왔던 지식을 다루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구성된 컨텐츠라하며 갇힌 사고의 틀을 깰 수 있는 효율적인 방송인 것이다.

[이 책은 기존에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 중 특히 '오류'에 대한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준다. 어째서 우리의 뇌는 그딴 식(?)으로 밖에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그러한 오류를 없애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인지심리학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280p

교육을 할 때 학습 수준이나 분야가 같은 이들을 대상으로 할 때, 강사가 그들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면 매우 높은 성과로 자신의 의도를 전달할 수 있다. 반면 강사와 청중의 공감대가 적고, 청중들도 제 각각의 영역에서 왔다면 아무리 전문적인 사람들이 왔다고 해도 전달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 이유는 자신의 언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프레임'이라는 필터, 개개인이 가진 생각의 채를 통과해 나온 지식들이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내용이 되는 것이다. 어떤이가 다른이에게 자신의 의도를 정확히 설명하여도 다른이는 자신의 사고로 정리하면 어떤이의 의도와 다르게 인식된다. 요즘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자주 겪는 상황인데, 열린 마음보다는 빠르게 이해하려고 추측을 통해 미리 결정해 버리는 오류에 의해 계속 발생한다.

지식채널e를 보며 개개인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건 그 사람에게 형성된 프레임을 통해 생각되었을 것이다. 잘못된 프레임은 계속 잘못된 사고로 유도하고 종국에는 배신당할 수도 있다. 나이가 들어 그런 배신감에서 자책하기 보다는 미리 프레임을 벗어나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개방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많은 시간 노력했다. 독자들은 시간이 없다. 일단 짧은 지식채널e를 보고 이 책을 읽자. 저자는 마지막에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다. 난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 프레임을 깰 수 있을 것이다. 계속 프레임 내에서 읽게 되는 오류를 범하고 있으니 말이다.

[논어를 읽기 전에나 읽은 후나 똑같다면 그는 논어를 읽지 않는 것이다. - 맹자 -

 이 책을 읽기 전이나 읽은 후나 똑같다면 다시 한 번 읽기를 권한다.] 2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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