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자음과모음 인문경영 총서 2
베서니 맥린 & 조 노세라 지음, 윤태경.이종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오늘(2011년 10월 15일) 비가 오는 가운데, 여의도에서 '반 월가 시위'가 열렸다고 한다. 미국의 시위가 한 달째는 맞는데, 국내로까지 이어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0월 18일에는 외식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점심영업을 중단하고 잠실에서 시위를 한다고 하니, 금융권에 대한 반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금융권의 폭리와 잘못된 관행이 서민들을 억누르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데,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자음과모음, 2011)는 월가를 악마로 규정하고 그들의 악행을 적나라하게 다룬 소설같은 실화이다. 악마들이 우리나라에도 왔는지,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자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곧 '모든 악마가 여기도 있다'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이다.
[1930년대 초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이 처음 쓰인 뒤로, 아메리칸 드림은 '내 집 마련'과 동의어였다. 대부분의 국가와 달리, 미국에서 '내 집 마련'은 절대다수 국민이 갈망한 꿈이었다. 미국인들에게 '내 집 마련'은 기동성과 기회를 늘려주고 중요한 가치의 일부를 손에 넣은 것과 같았다.] 29p
안정된 집이 있으면, 계약 문제로 고심하지 않아도 되며, 결혼이나 양육도 가능해져 기반으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월세를 전전하면, 대출도 어렵고 이사 등의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게돼 일에도 집중력이 떨어진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집에 대한 소유욕이 강해 가치가 계속 상승하고 있으나, 가진자들의 돈놀이지, 실입주자에겐 숫자일 뿐이다. 실제로 살던 집의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처분해도 더 좋은 집으로는 갈 수 없다. 다 같이 값이 오르기 때문에 이득을 보는 사람은 여려 채의 집을 가진 임대업자일 뿐인 것이다. 가격만 조장하는 사회에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이 이루어졌던 미국은 경제위기를 맞았으며, 가진자들의 숫자 놀음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래도 그들은 전혀 아쉬울 것이 없고 또다른 탐욕으로 편법을 찾아다닌다.
영화 <카운트다운>(2011)에서 조명석(이경영 분)의 대사 중에는 '욕심을 경계'하는 말이 있다. 결국 조명석도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망한다. 문제는 한 사람만 피해를 입는게 아니라, 국가 전체가 위기에 빠지고, 복구는 서민이 하지만, 원인 제공을 한 당사자들은 더 편해진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정부에 해결책을 요구하지만, 정부가 아무리 정책을 내놔도 유착되어 있는 체계에서 개선할 방법이 없다. 교묘한 법 개정과 사업 운영으로 부자들은 계속 배를 불리고 서민들은 착취당한다.
도서의 특징은 각 금융기관의 파행과 해결을 정확히 기술했다는 점이다. 자금이 흘러들어가고 나가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용어설명과 더불어 기업, 경영진, 직원의 성향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 대화가 포험되어 있다. 도서 앞부분의 등장인물 소개와 주요 약어 풀이를 보면 금융지식이 부족한 이에게는 어려울거라는 암시를 준다. 기업 이름이나 특성, 약어를 몰라도 책을 읽는데는 무리가 없으나, 알면 좋다. 다 읽고나서 궁금한 내용을 앞장에서 다시 확인하면 금융용어 공부도 되고 새로운 영역으로 눈을 돌릴 수 있겠다.
[게다가 은행과 증권사들의 악성 부채를 대차대조표에서 떼어내 CDO로 보내버리는 것은 큰 이득이었다. 신용평가사들은 상당 비율의 CDO에 트리플A 등급을 매겼기 때문에 은행과 증권사들은 CDO를 이용해 손쉽게 부채를 떠넘겼다.] 195p
CDO는 부채담보증권으로 신용파생상품인데, 내가 이해하기로는 그냥 빚문서일 뿐이다. 부채도 자산이라는 말이 있지만, 부채는 부채이다. 값지 못하면 그대로 빚이되어 기업과 사람을 좀먹는다. 부채에 신용도를 높게 매겨 유동성을 주면서 건실하지 못한 부채들이 상환이 안되면서 연속적으로 큰 피해를 불러일으킨게 미국 경제위기를 일으켰다. 작은 시야로 보면 카드 돌려막기 등의 신용을 이용한 부채 이동도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부채를 자산으로 보게 하고, 이자를 붙여 판매하는 금융시장의 거래가 계속되는 한 대부업체는 줄지 않고 빚진 사람들만 늘어나게 될까 두렵다. 모든 서민을 빚진이로 만드는 사회에서 과연 누가 악마이고 악마를 만드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마지막 역자의 충고를 많은 이들이 공유했으면 좋겠다.
[경제위기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주택 담보대출이 290조원 가계대출이 800조원을 돌파한 상황이다. 주택가격에 거품이 끼기 전에, 그것이 위기로 번지지 않게 하려면 쉽게 대출을 권하는 금융기관들의 탐욕, 주택구매로 한몫 챙기려는 주택구매자들의 탐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5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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