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덴티티 경제학 - 정체성이 직업.소득.행복을 결정한다
조지 애커로프 & 레이첼 크렌턴 지음, 안기순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행동을 결정할 때, 사소한 일에는 많은 생각을 하지 않지만, 중요하고 인생의 영향을 미칠만한 일에는 오랜 시간을 두고 고심한다. 오늘 스마트폰을 습득하고, 처음에는 일단 가져가는 걸로 행동을 했다. 여느 때라면 지갑을 습득한 경우 처럼 경찰서에 맡기거나 지하철역일 경우 역무원에 맡기는 행동으로 이어졌을텐데, 이상하게 그냥 집으로 가져왔다. 정체성의 변화까지는 아니지만, 심적인 불안이 있어 도덕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반사회적인 행동이 일어난 것이다. 내일은 휴대폰 대리점에 맡겨 주인이 찾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인데, 갑자기 결정이 또 바뀔지는 모르겠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론으로 주인에게 돌려줘야 하지만, 왜 다른 판단을 하게 될까? 스마트폰을 쉽게 돌려주는 것에 대한 반감이 생긴걸까? 돈가방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가질 수도 있고 돌려줄 수도 있다. 이는 자라온 환경이나 교육으로 정립된 정체성이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위 사례를 회사나 기업 경제로 확대시켜 보자. 회사에서 정직하게 일하고 보수를 받고, 회사의 비전과 함께 성장하는 바람직한 행동은 회사에 만족하고 회사의 일원임을 자각하는 정체성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항상 이직을 준비하며, 업무를 회피하기 위해 궁리를 하는 건 회사의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행동으로 나타난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인센티브, 즉 금전적인 격려로 해결해 왔으며,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메릴랜드 대학교의 Rachel Kranton이 스승 George A. Akerlof의 논문(1997)에 정체성에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아이덴티티 경제학'이 연구된다. 그 내용을 책으로 담은 < 아이덴티티 경제학 >(랜덤하우스, 2011)은 직원이 회사의 비전과 함께할 때, 금전적 인센티브가 거의 필요없다는 내용을 다루며, 정체성이 직업, 소득, 행복을 결정한다는 경제학의 새로운 이론체계 설명한다.
[정체성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규범을 준수하는 데 자발적으로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고 여긴다. 사람들은 규범을 내재화하고 여기에 매달린다. 이런 개념은 경제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와 일치하지 않는다.] 49p ~ 50p
인센티브와 연관지어, 혼인율이나 출산율도 자녀 양육의 많은 어려움이 있어 비례한다고 보는게 일반 경제학이면, 그렇지 않다는게 정체성 경제학이다. 사람의 정체성에 따라 결혼, 출산이 이루어지지 외부적인 요인은 미흡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회는 통계를 이용해 유사한 추세 곡선을 교묘하게 관련성을 짓는다. 정말 결혼과 출산에 돈이라는 요인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 짓는다면 헛점이 많다. 어떻게 보면 결론을 이용해 사람들의 정체성을 오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경제학에서는 인간이 인간적이지 못하도록 보이게 하는 사악한 면이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명품으로 치장해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고 귀족으로 거듭나려 하는 것이다.
[둘째, 정체성 이론에서는 시장의 경쟁적 힘에도 불구하고 차별과 직업 분리가 지속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남녀는 개인적 취향과 능력에 상관없이 특정 직업에 종사해야 한다는 규범이 진정한 문제라고 주장한다.] 133p
저자는 경제학의 관점에서 정체성을 연구했지만 인간 본연을 연구한 학자라 생각한다. 자신을 치장하려는 사회 분위기를 조장해 실제보다는 거짓이 승승장구하는 자본주의 경제를 집었다. 자신의 적성보다는 연봉을 따라서 움직이는 취업시장에서 회사나 국가의 발전보다는 정체성이 모호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기이한 사회로 가고 있다. 전통경제학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체성을 강조한 면이 너무도 매력적이지만, 과연 자본 경제에 물든 사회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나 조차 독서 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했지만, 돈 앞에서 곧 무너질 생각을 하니, 독자로서 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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