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산업의 멸망
김인성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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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웹사이트 점검을 하다가 문제가 발생한 모양이었다. 사이트 운영측에서 경위 조사를 하려는데, 의견차이로 다툼이 있었다고 들었다. 문제는 서로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데 있었다. 책임 여부가 가장 중요한 사항인지 시스템 문제다, 프로그래밍 문제다를 놓고 싸웠던 것 같다. 아주 작은 규모가 아닌 이상에는 대부분 두 부분 이상으로 분리해 관리자가 다르므로 분화되어 있고 전문화 되어있다. 그래서 각 영역의 전문가는 자존심을 내세워 양보하지 않거나 알리고 싶지 않은 부분을 감춰 잘못을 은폐하기도 한다. 이게 IT산업에서는 매우 심한데, 자신의 위치를 계속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입장에서 나오는 것으로 국내 IT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 한국 IT산업의 멸망 >(북하우스, 2011)은 이를 심층취재하여 어느 기술에서 어떤 문제가 어떻게 숨겨지고 있는지를 자세히 밝히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각기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검증이 힘들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들 프로그램 모두를 샅샅이 조사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습니다.] 46p
음식이 있다. 이 음식에는 매우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 특별한 맛을 낸다. 그런데, 배탈이 났다면 상하기 쉬운 재료부터 조사하면 된다. 그리고 역학조사나 발전된 기술로 어느정도 검증이 가능하다. 그런데, 소프트웨어의 경우 대부분의 업체에서 내부를 밝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러 소프트웨어가 동작하는 환경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밝힐 수 있을까? 가장 복잡하게 여러 프로그램들이 설치되는 사이트는 금융권이나 국세청 홈페이지 등이다. 키보드 보안 부터 방화벽, 공인인증서 관련 프로그램, 각종 뷰어 프로그램들이 얽히고 설킨다. 페이지 새로고침은 다수이며, 브라우저 자체를 재실행 하기도 한다. 중간에 오류가 나면 지우고 다시 설치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해당 PC에서 사용을 포기하고 다른 PC에서 시도를 해야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른바 '막장'이다. 어쩌다 이렇게 됬는가 하면, 보안수준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이것저것의 솔루션을 무분별하게 설치하고 빠르게 관리가 가능한 액티브-X 컨트롤러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나는 IT업계에 있기 때문에 용어나 설명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생소할 수 있겠다. 일단 소프트웨어는 그나마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저자는 SNS, 포털, 불법복제, 스마트폰, IPTV 도 다룬다. 설명은 친절하지만, 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대학에서 IT를 전공했기 때문에 새록새록 기억을 되살리며 매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통신업체의 흉악한(?) 의도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통신사나 IT업체가 이런 정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저자는 오픈소스 진영에서 폐쇄적인 이들 업체의 악행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며 전쟁을 선언했다. 물론 통신사들은 이익을 위해 계속 그렇게 경영할 것이다. 그래도 이런 책이 나와서 해당 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데에는 확신한다.
제목에 '멸망'이라는 단어로 일축했지만, 자성하라는 의미에서 강한 단어를 선택한 것 같다. 한국 IT업체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 그러나 윤리의식이 부족한 건 사실이고, 자정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야한다. 자세한 구성도와 원리, 현재 실태를 정확히 기술해 독자들이 논리적으로 업체들의 잘못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매우 전문적인 책으로 사전지식이 필요하겠지만, 관심만 있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IT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지금 기술을 알면 옳고 그름이 보인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IT영역의 시비를 가릴 수 있는 혜안을 제시한다.

 

www.wece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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