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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도약 - 평범함을 뛰어넘는 초효율 사고법
도야마 시게히코 지음, 전경아 옮김 / 페이지2(page2) / 2025년 1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들어가는 말 p6. 그저 생각하는 게 재미있어서 생각하는 순수한 사고가 있다는 걸 발견해도 좋은 시기가 되지 않았을까.
= 보통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는 많지만, 생각 그 자체가 재미있어서 생각을 해본다는 건 참 재미있는 발상이다. 그리고 생각 자체에도 의의를 두어 생각하는 것을 응원하는 좋은 문장 같다.
자발적 의지 p23~. 옛날 학원이나 도장은 어땠는가. 그들은 입문해도 바로 가르쳐 주지 않았다... 스승이 가르치려 하지 않는 비법을 빼앗기로 한 문인은 어느새 스스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힘을 갖게 된다. 옛날 사람들은 수동적으로 흘러가기 쉬운 학습을 적극적으로 만들었다.
= 생각의 도약에 이어 바로 읽고 있는 다른 책에서도 스스로 하게 된 독립성이 어디에서 왔는지 이야기하고 있는데, 비슷한 면이 있는 거 같다. 우리 같은 사람의 독립성은 어떤 면에서 '맞벌이 부모'에게서 왔다. 부모님들은 챙겨주지 못한 걸 미안해하시지만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혼자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습관들이 커서도 독립적인 사람을 만들어 주었다.
p32~☆일을 아침 식사 전에 끝내기 위해 11시쯤 브런치를 먹는 회사 문화를 만들면? ^^ 직원들이 좋아하려나🤔 대신 식후 푹 쉬기위해 점심시간은 2시간!
ㅡ반드시 아침을 의미하는 건 아니고 "잠을 자서 피로를 풀고 뱃속이 비어있어야 생각하기 좋은 시간과 상태가 된다는 의미"
발효 p38. 문학 연구라면 우선 작품을 읽는다. 평론이나 비평부터 시작하면 다른 사람의 선입견에 사로잡힌 채 작품을 보게 된다. 읽다 보면 감탄하는 부분, 위화감을 느끼는 부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 등이 나온다. 이것을 모조리 적는다. 반복해서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중요하다. 바로 이런 부분이 소재다... 이것을 잠시 가만히 놔둘 필요가 있다. '재워야' 한다... 지켜보는 냄비는 끓지 않는다.
= 어떤 것이든 새로 접하다보면 '끝내주는 것'을 만날 때가 있다. 최근에 본 영화 <서브스턴스>도 그랬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이거 누가 쓴 걸까? 엄청 궁금했고, CG인줄 알았던 많은 부분들이 실제로 만들어서 촬영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다시 충격을 느꼈다.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서 이 작품도 감독이 마음에 와닿은 '여자의 50세'라는 주제에 대해 꽤 오래 재워두며 고민했겠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정보의 메타화 p87. 생각이나 지식을 정리한다고 하면 중요한 것을 남기고 그렇지 않은 것을 폐기하는 양적 처리를 상상하기 십상이다. 물론 그렇게 정리할 수도 있지만 그건 오래된 신문, 오래된 잡지를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졌다고 해서 필요한 것만 고르고 이외의 것은 처분해 버리는 행위와 비슷하다. 단지 물리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다. 진정한 정리는 그런게 아니다. 1차적 사고를 보다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질적 변화다. 아무리 지식이 많고 사고와 착상을 밥먹듯 해도 그것만으로는 이차적 사고로 승화되지 않는다. 양이 질을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노트 p110~. 이 수첩 안에서 아이디어는 잠시 쉰다. 얼마간 재워두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본다. 그토록 훌륭한 생각이라며 글을 썼건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침 햇살을 받은 반딧불이의 빛처럼 초라해 보일 때도 있다. 재우는 동안 숨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차없이 버린다. 재우는 동안 살이 붙지 않은 것은 결국 인연이 없던 것이다. 다시 봐도 역시 재미있다 싶은 아이디어는 살아있는 것이다. 그냥 놔두지 말고 다른 곳에서 좀 더 푹 재워둔다. 이제 또 다른 노트를 준비한다. 수첩 속에 잠시 잠든 아이디어 중 아직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이 노트에 옮긴다.
= 꽤 옛날 책이라서 '노트'에 적자는 이야기가 많은데,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지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분명 노트에 적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디지털 기기의 편의성도 포기하기 어려운 부분이긴 한데...
시간의 시련 p139~. 일시적인 생각은 당장은 아주 훌륭하지만, 그것은 생나무와 같은 아이디어다. 빨리 수분을 빼 줘야 한다. 메모하는 것이다. 적어 놓으면 안심이 된다. 안심하면 빨리 잊는다. 얼마 후 다시 본다. 10일, 길어야 2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썩어 가고 있다. 어째서 이런 생각을 일일이 적어 놓았는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면 풍화가 진행된 것이다... 망각은 고전이 되는 길을 알려 주는 이정표다. 되도록 잊어버려야 좋다고 말하는 이유도, 개인의 머릿속에서 고전적이면서도 변하지 않는 사고를 빠르게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망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생각의 정리에는 망각이 가장 효과적이다... 잊어버리는 달인이 되어 점점 잊어버리자... 그것이 개인의 머릿속에서 고전을 만드는 방법이다... 사고의 정리란, 얼마나 잘 잊어버리느냐에 달렸다.
= '적음'으로써 오히려 '잊는다'는 저자의 말도 꽤 신선한 내용이었다. 수험기간에 만들었던 '잡생각 노트' 같은 것을 통해 머릿속에서 밖으로 꺼내두면 신경쓰지 않게 되는데 유용해진 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그게 '망각'의 다른 이름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보았을 때 정말 의미있는 것도 있었고, 의미없는 것도 있었다.
버리는 용기 p146. 책을 많이 읽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단지 그것뿐인 인간에 머무는 이유는 자기 책임하에 정말로 재미있는 것과 일시적인 흥미를 구분하는 노력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의 재고를 끊임없이 재점검하고 조금씩 신중하게, 임시적인 지식을 버려라. 이윽고 불변의 지식만이 남게 된다면 그때의 지식은 그 자체로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점검,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게 계속 다가오는 것과 흥미를 잃어서 의미없어지는 것은 무엇인가.
p230. 동양인의 '~~라고 생각한다', '~~일 것이다'는 서양인의 methinks 즉 it seems to me와 매우 흡사하다는 말이다. I think에 비하면 수동적이고 주장에 힘이 약하다. 자신이 생각한 것이 아니라 생각이 자신을 찾아온 것으로 표현한다. 생각할 때는 I think라는 태도와 it seems to me라는 태도 두 가지가 있다. 동양인은 후자의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동양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사고는 대부분 처음부터 명확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저 희미하게 단편적으로 수줍은 듯이 얼굴을 내민다. 그것이 포착되어 어느 정도 명확한 윤곽이 되었을 때 it seems to me가 된다.
굉장히 대단한 책인것처럼 소개하여 흥미가 끌렸는데 1980년대 글이어서 조금 당황했다. 여전히 의미를 가지는 고전이 되어가고 있는 책인가? 아니면 시대의 흐름 속에 잊혀질 책일까? 요즘 같이 생각할 시간도 없고,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도 없는 시대에 큰 의미가 있는 내용들이긴 하다.
이 책에서 가장 쓸만한 내용은 노트를 2권 준비하여 살아남은 생각들을 제1의 일반노트에서 제2의 고급노트로 옮기고 숙성하여 나만의 고전으로 만들라는 얘기이다. 시간이 지나도 살아남는 것들을 골라서 살을 붙여나가다보면 나만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탄생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