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듯 씩씩하게 - 나를 미워하지 않고 내일을 기다리는 법
김필영 지음, 김영화 그림 / 을유문화사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과 강연에서 서평이벤트가 올라왔다.

예전에 글소비자에서 글생산자입장에서 그들이 추천하는 책을 읽는게 아니라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맘을 갖고 시작한다는 것을 작가님은 모르실거다. 하룻강아지 범무서운줄 모르고 살펴보러간다.

나도 무심한 듯 씩씩하게

화려한 경력이 아니라 우리주변에 있으실 만한 평범한 분 그래서 다행이다. 나도 그녀와 같은 축에 끼여있다는 것이 오히려 안도감을 준다. 특별하지 않아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위안을 준다. 그래서 무심한 듯 다시 들어가 본다.
요즘 목차놀이를 하고 있다.그래서 목차를 본다.

어제의 필영,오늘의 필영,아마도 내일은...

어라,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나보다.

내 목차와 별반 다를게 없고 내 것이 더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어 껌씹으며 신나게 오른쪽 다리를 방정맞게 떨어본다. 무심한 듯...계속 무심하게 들어가 보자.



어라. 씹던 껌의 속도, 미간의 주름깊이가 달라진다.

떨던 다리를 다소곳이 모은다.

책장을 넘긴지 48쪽만에 껌을 뱉고 겸손모드로 변한다.

세상 쓸모없는 것들만 가득한 이 방에서의 시간은 앞으로 가지 않고 옆으로만 벌어진다. 그 이상한 시간 속에서 닭발을 열심히 뜯어 먹으며 소주를 마시는 스물아홉 여자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백마 탄 왕자님이 와서 결혼해 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취하면 안된다. 말에 올라탈 수 없으니까. 그런데 왕자님은 다비슷하게 생긴 원룸 중에서 이 원룸을 찾을 수나 있을까. 전화라도 오면 편의점 옆에 있는 데라고 설명해 줄 텐데.​

​모든 일을 제때 끝내지 못하던 아이는 매일 밤 혼자서도 잘 취하는 어른이 되었다. 시간은 언제까지 나아가지 못할까. 방석을 시간 안에 잘 만들었더라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어른이 되었을까. 나는 단 한 번도 느리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냥 달팽이 아니면 고동으로 태어났을 뿐이다. 원하든 원치 않았든, 그냥 그랬다.

48쪽

이 자매의 단어는 정확하다. 속으로는 그것이 신기 했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고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식탁 주위를 걸으면서 말을 이어가는 그녀의 모습이 거울 속을 들락거렸다.

70

여기가 이렇게 깨끗해서 될 일인가. 10년 동안 같은 방향으로 흘러갔던 어떤 일의 어떤 이유도 이 방에서 찾을 수 없다. 빨래는 구석에 놓인 건조대에 가지런히 올라가 있고 모든 식기는 제자리에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게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잘못돼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번 시동을 켜면 멈추지 못하는 고장 난 자동차처럼, 우리는 각자의 길로 달려가고 있었다.

71

이번 달에는 가게를 끝내고 나서 너무 많이 길었다. 바람피우는 남자와 계속 만났다. 하지 말아야지 했던 일들을 습관처럼 반복한다.​

그날, 걷는 내내 할머니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큰 손, 눈동자, 웃음. 다시 큰 손, 눈동자, 웃음. 이상한 일이다. 나는 왜 자꾸 이 길로 다니는 거지. 다른 길도 있는데,

75

해가 뜨고 지고 기어이 다 먹은 와플이 소화되고 굽이 부러진 구두를 누군가가 들고 가 버린 그 모든 일들이, 정말 다행이다

83

남편은 흰색 셔츠를 입고, 토를 하고 온갖 것을 묻히는 아이에게도 분홍색 무스탕을 입힌다. 나도 당연히 원하는 옷을 입을 수 있다. 세탁하면 된다. 그래도 안 되면 용감하게 버리면 된다. 포기하는 것보다 원하는 옷을 입다가 버리는 편이 낫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 때문에 지금 이 옷을 입고 싶은 기분을 희생하지 않기로 한다.

239

왠지 무심한듯 담담하게 쓴 글이다.

꽉찬 유화를 보는 느낌보다는 스케치를 해서 느리지만 조심조심 자기 도화지를 가득채려고 애쓰는 여백많은 그림을 그리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야기가 많은 글이다. 그리고 그 그림들의 이야기가 필영스럽다라고 말하고 싶다. 다 설명하지 않아도 그녀옆에서 그녀를 쳐다보며 서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힘을 내라고 소리쳐 주기보다는 그녀가 툭털고 일어설때까지 끝까지 기다려주고 싶다.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어서 알아서 일어날거란 걸 책을 읽으면서 확신이 생긴다.

그 일어설 때 서술하는 표현들을 보면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쓸까?하고 탄복한다. 역시 작가는 다르다.

나는 언제쯤 이렇게 쓰지?

82년생 김지영과 비슷하지만 또 다른 느낌의 글이다.

그녀의 삶을 모르지만 책을 덮고 누우니 천장에 쏟아올린 빔영상처럼 두 딸의 소란스러움과 남편이 추는 오마이걸 노래가 들리고, 무심한듯 씩씩하게 닭뼈가 너부러진 식탁에서 열심히 글을 씩씩하게 쓰고 있는 듯한 영상이 보여지는 듯하다.

김 필 영 작가님. 잘봤어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만나요.

참고로 그림이 그 다음글을 궁금하게 만들었어요.

아마 그림같이 기억났다는 것은 그림때문이였나봐요.

도서를 무상제공받아 개인적의견으로 기술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