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읽는 시간
이유진 지음 / 오티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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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공책이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넣고 스르륵 넘기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뒤표지가 엄지손톱에 걸리고 마는 공책에 매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삶이다.

이미 넘겨진 페이지와 남은 페이지를 양손에 넣어 맞잡아보았을 때, 그 양쪽의 두둑함에 차이가 없어질 무렵부터는 공책에 무엇을 길고할지 더욱 신중해진다.

이쯤되면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생각했던 페이지들이 갑자기 우두둑 뜯겨나가는 경험도 했고, 의미 없는 낙서로 공책을 채워나가다가 어느새 홀쭉해진 걸로 보며 당황한 경험도 했을 나이가 된다.

영원하지도 않고 얼마가 남았을지도 모를 나의 시간을 하필 너에게 쓴다는 것의 의미는 그래서 무겁다.

누군가에게 시간을 쓴다는 것은 서로의 공책에 기록되는 일이고 서로의 일부가 되는 사건이다.

80년이 넘도록 이어진 건강과 행복에 관한 연구는 우리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나의 건강과 행복은 나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 서로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 당신이 누구를 만나 어떤 시간을 보낼지 신중하길 바란다.

그 선택의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92-93

나는 죽음을 통해 많은 것들을 봤다.

장수하시다가 정말로 주무시듯 돌아가신 할머니,

암으로 마지막 임종시까지 잘 있거라 나는 간다라는 말씀도 못하시고 돌아가신 아버지

오랜 병으로 효능감이 떨어지고 무력감을 겪으며 아무도 이해받지 못한 나만의 고통을 외롭게 안고 갔던 어머니.

아마 타인의 죽음은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나와 함께한 동고동락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그 베이스가 상실의 슬픔을 느끼게 하고 죽음이 무엇인가

나는 지난 삶을 잘 살아왔나, 앞으로의 삶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무수히 고민하게 되는 귀한 시간이였다.

하지만 정작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씩씩하게 말하다가도 막상 내 코앞에 죽음이 다가와 ' 가자'라고 말한다면 분명 당황하고 허둥거리며 놀랄것이다.

사실 죽음은 크게 두렵지 않다.

두려운 것은 남은 가족의 슬픔의 덩어리가 평생을 살아가는데 큰 짐이 될까하는 노파심이다.

내가 겪어보니 그 슬픔은 누구나 한번씩 겪는다지만 아이가 단단하고 자기 앞가림을 할만할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 또한 삶의 일부여서 뭐라 단정지을 수 없다.



이 책은 죽음을 공부하는 의사가 다양한 환자들과의 경험을 통하여 죽음에 대하여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라 아프고 힘들어도 그래도 삶이니깐 현재를 반짝거리며 살아야 한다고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나의 죽음,나의 유한함을 마주하는 것은 무의식 깊은 곳에 잠재도어 있던 실존적인 절망을 불러일으킨다. 그때는 내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내 삶의 의미를 다시금 검토하고 재발해ㅑ 하는 시점이다. 실존적인 절망감은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삶의 마지막에서 어떤 후회가 남을 것인지 돌아보고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비라는 과정을 통해서 해소된다. 죽음을 지켜볼 용기는 내 삶을 들여다볼 용기를 말한다.

다시 한번 삶의 리셋을 할 수 있었던 시간들은 어쩌면 죽음을 지켜본 뒤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랑하는 자들의 죽음뒤에서 진정으로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 좋은 계기가 되었다.

나는 어떤 삶을 살것인가?

나는 오늘도 길 위에 있다.

어제보다는 다른 길이고 어제와 다른 나이지만 그래도 걸어간다.

나를 찾아가는 길..그 길 끝에 죽음이 있을지라도 그 죽음이 또 다른 삶을 보여주는 걸어가야 할 길일것이다.

두려워말고 걸어가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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