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만드는 사람 - 개정보급판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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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의 한 항구도시에서 열리는 뱃고놀이 축제를 배경으로 다섯명 젊은 남녀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장편소설 [8월의 태양]을 저술한 마윤제작가의 두번째 소설 <바람을 만드는 사람>을 손에 쥔다.

작가가 우연히 병원로비에서 <GIO> 라는 잡지에서 독일 슈피겔지 기자인 폴커 한트로이크가 기고한 남미 최남단 파타고니아에서 양을 치며 살아가는 목동에 관한 기사룰 읽고 난 후 무언가애 홀린 듯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3년이란 긴 시간 끝에 완성한 이 글은 남미 최남단 파타고니아에서 전설로 전해져오는 바람을 만드는 사람인 웨나룰 열두살때부터 죽는 순간까지 찾아다닌 네레오 코르소하는 한 목동의 삶을 그린 이야기다.

글을 읽으면 배경이 남미라서인지 지명과 인명의 낯설음으로 인해서 내가 국내작가의 책을 읽는다는 생각보다는 외국작가의 글을 읽는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책의 초반보다는 중후반부터 몰입력이 상당하다.
철학적인 사유가 깊은 글들이 중간중간에서 책을 놓고 생각하게 만들었고, 단순히 지명과 인명이여서가 아니라 외국철학소설을 읽는 기분은 마지막장을 덮을 때까지 지속되면서 영문번역을 통해 국외출간을 시도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된 키워드 웨나는 남미 파타고니의 고원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전설이고 바람이 만들어 낸 신화였다.

유년 시절 협곡에서 본 웨나는 자신의 염원이 투사된 환영이었다. 결국 웨나는 한낱 여름날의 꿈이였던 것이다, 검은 말의 목에 매달린 금속의 술이 부딕치는 소리 또한 환청이였다. 지금까지 어리석게도 거짓소리를 쫒아 떠들고 있었다 185

파타고니아는 인간의 삶이 단순해지는 땅이었다. 모든 욕망의 속박을 벗어난,삶과 죽음의 경계가 사라진 무위의 세계였다. 이 광대무변한 땅의 주인은 바람이였다. 이곳만이 그가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세상이었다. 바람에서 웨이나의 숨결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이제 앞을 보지 못하고 귀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그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다. 그것만이 삶의 기쁨이며 즐거움이 될 것이다 254

우연히 보게된 목각상의 정체인 인디오 아흐간족의 오칸이 경계인이라는 것과 실지로 웨나를 그 부족어로 웨이나라고 일컫는데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경계인으로서 살아가는 인간이 모든 욕망이 뒤섞인 혼탁한 물로 가득한 웅덩이 같은 삶속에서 그 물이 증발해야지만 보이는 삶의 진실의 민낯을 확인하기 전까지 무수히 많은 길을 걷고 갈림길에서 고뇌한다.
인간인 우리는 웨나적인 존재를 설정하고 새로운 표석을 세워 경계 너머의 경계를 향해 늘 향해 나간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단지 생존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어떤 사람의 목적이 있는 걸까.만약 있다면 그 진실한 목적은 무엇인가

답은 없다.

그저 인생이라는 끝없는 평온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람을 견뎌내는 것 뿐이었다.

철학적이지만 회의적인 기분도 든다.
모진 풍파는 견뎌내며 살아가야 하나 아니면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사는게 맞을까?

아직도 가야할 길을 걸어가는 우리들은 어쩌면 웨나를 찾아 떠도는 영원한 경계인일지도 모른다.
아마 죽기직전에 깨닫게 될까?

언제나 모든것이 지난간 뒤에야 비로소 경구의 진실한 의미를 깨닫고 후회하는 것처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제공받아 개인적의견을 기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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