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곳에 있을 때 비로소 내가 보인다 - 삶의 한가운데서 마주한 중년의 성장통과 깨달음
임채성 지음 / 홍재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0대 후반의 남성이 누구나 그렇듯이 겪는 삶의 성장통과 깨달음을 담은 책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소중한 것을 알게 되는 때가 온다. 이른바 깨달음의 순간인 셈이다. 잘나가고 높은 곳에 있을 때보다 힘들고 낮은 곳에 있을 때,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그런 경우가 많다. 가장 힘들고 낮은 곳에 있을 때 비로소 진실한 나와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곳에서 보는 나는 오만하고 자만할 수 있지만, 낮은 곳에 있는 나는 더는 잃을 것이 없기에 더없이 욕심없고 겸손하며 진실하다. 또한 자만은 자신을 과대평가하지만, 겸손과 진실함은 자신을 바로 보게 한다.(작가 프로롤그중)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생이 쨍하고 해가 떴다고 생각해 본날이 몇번이나 있는지 세어보지만 손에 꼽을 수 있을까한다.

아직도 기분이 돈이나 명예의 잣대로 보니 더욱 현실적 잣대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가장 높은 곳에 있어본적이 없다고 생각하니 그 기분이 어떤걸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불과 3년전까지만 해도 커피값 5000원도 함부로 쓰기에 힘든 날들을 보냈다.

그것은 나로 인함이 아니라 결혼을 하면서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고난이였다.

물론 결혼 전 삶에서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지내본적은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과정이 결혼후 경제적인 힘듬을 이겨내는 내공이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부러 겪을 필요는 없겠지만 유년시절의 그러함이 나도 모르게 나를 외부스트레스에 의한 충격완화스펀지를 흡수하는 근육을 단련시켰는지도 모른다. 

힘들다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였다.

나와 반대로 유복하고 실패해보지 않은 삶을 산 남편은 결혼이후 본인도 의도치 않은 건강손실과 그로 인한 실직상태, 그리고 가장으로서 무게, 언제 합격할지 모르는 공시생생활등으로 정신적,육체적 자존감이 바닥까지 내려가서 그 스트레스를 온전히 내가 받아야 했다. 솔직히 돈보다 그것이 더 어려웠다.

어떤 상황에서도 잘 무너지지 않는 긍정파워였던 나의 얼굴이 변해가는 것이였다.

소위 부정적인 악마와 매일 감정적인 소모, 가장 대신 돈을 벌어야 하는 나의 육체적 피로, 어린 아들을 길러랴 하는 엄마로서의 몸부림, 때마침 찾아온 아버지의 죽음등이 나를 무너뜨리려했다.

거기에 중년의 서막이 나에게 찾아온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업무가 끝나고 돌아오는 차를 시골길로 이끌고 추수가 끝난 어느 들판에서 목놓아 울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돌아와 신랑을 다독였다.

이제 진짜 본인의 삶이 시작되는 것이니깐 결코 늦지 않았고 이겨낼 수 있다고.

지금은 커피한잔을 사먹을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그럼 그 과정을 내가 어떻게 버텼을까하고 돌이켜 본다.

사람이였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20대 대학시절 나는 엄청난 청취자였다. 주변사람들의 마음을 음으로 양으로 듣고 챙겨줬다.

한때 나는 불편한 적이 있었다. 내가 감정쓰레기통이 되버렸다고 혼자 불평했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 좋아하는 나는 그것을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런데 대학졸업후15년이 지나 나를 알고 있는 이들이 나에게 힘을 주었다.

그들이 내 손을 잡고 내 말을 들어주면서 어린시절 빚을 다 갚지는 못하지만 이제는 본인들이 힘이 되주고 싶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듣고 대단한 것들이 아닌 것에 그들이 감사하게 생각해줬다는 것에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해지고 겸손해졌다. 또 15년만에 연락했던 한 선배는 나를 기억하고 나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며 말한다.

"너가 학교 다닐때 오죽 잘했냐. 입있고 눈있는 사람이면 너를 안다.오빠가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마."

그 말을 듣고 펑펑 울었다.

내가 잘못 살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그렇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들의 마음이 대단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신랑이 힘을 낸다.

손해보는듯해도 정성으로 모든일을 대하면 결코 배신하지 않는것을 사람들에게서 배운다고 말한다.

아직도 살아가야 할 날이 많다.

내가 오늘 잘 살아가는 모습이 나의 아이에게 좋은 재산이 되리라 믿는다.

인생의 봄에 해당하는 청소년기에 찾아오는 사춘기를 빗댄 말로 중년을 사추기라고 한다.

사춘기를 잘 보내야 사추기를 잘 맞이할 수 있고 사추기를 잘 보내야 노년을 잘 준비할 수 있는것 같다.

내면의 소리에 늘 귀 기울이며 삶이 주는 힘듬을 고통보다는 깨달음으로 승화시키며 잘 읽어가는 사추기를 보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