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9번 귀 인식표를 단 암소
캐스린 길레스피 지음, 윤승희 옮김 / 생각의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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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1389번 귀인식표를 달고 있는 홀스타인 암소가 이 모든 이야기의 전부일것이란 생각이 든다.

저자는 우유생산을 목적으로 동물을 키우는, 겉보기에는 전혀 해롭지 않은 관행이 사실 동물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위법행위의 일부임을 드러낸다. 1389번 암소와의 짧은 만남이 남긴 아픔과 그 찰나성은 자본축적을 위해 동물을 사육하는 데 어떤 문제들이 수반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일깨워준다. 따라서 이 책이 단일하고 개별적인 동물과의 만남에 중점을 두고 있긴 하지만, 동물과의 이 짧은 만남은 상품화가 동물의 삶과 사회적 관계를 어떻게 망가뜨리고, 그 동물들의 실제 경험을 어떻게 가리는지를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동물의 정체성은 시장의 힘에 종속된다.

즉, 동물이 누구인지가 아니라,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가 그 동물의 정체성이 되어버린다.

우선 귀인식표를 본다.

귀인식표는 가장 단순한 번호쳬계이다. 식별을 위한 번호이지만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다.

1389 맨위의 숫자는 소를 낳은 어미소의 번호, 맨 아래 숫자는 아비,그러니까 씨수소(정액생산을 위해 기르는 수소)의 번호, 가운데 크게 적힌 번호 38번이 이 소의 번호이다. 이런식으로 어떤 수소와 암소 사이에서 최고의 우유를 생산하는 소가 태어나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

암소의 경우 유방오염과 유선염을 줄이기 위해 꼬리를 자른다.

대략 15개월에서 16개월이 되면 임신해서 두살무렵에 첫 출산을 한다. 평균 5~6년을 살면서 평균 3~4번의 출산을 하면서 임신-비유-건유주기를 돈다. 비유기에 약 3개월간 젖을 짜고 나면 인공수정준비를 한다. 보통 출산 60일전까지 착유를 하다가 건유기에 들어가면 다른 농장에서 쉬면서 출산을 한다. 보통 소들이 1년에 3백일 동안 우유를 생산한다고 한다.

출산과 동시엣 생후 1시간~14시간 사이에 어미로부터 송아지는 분리된다. 짧은 시간이지라도 2주동안 어미소는 송아지를 찾아 운다고 한다.우유를 생산하지 못하는 수소는 바로 식용을 이유로 업자에게 팔려간다.

암소는 몸살과,열, 피로감같은 독감 증상을 동반하는 유선염에 잘 걸리면 힘들어지고 축사가 보통 시멘틀로 되어 있어서 다리를 못쓰게 되는등으로 이유로 도태된다.

이렇게 약한 동물을 무리에서 골라냄으로써 가축 규모를 조절하는 경매과정을 겪게 된다.

무리에서 도태된 소들, 즉 더 이상 생산도 못하고 경제적 가치도 없다고 판단되는 소들은 경매과정을 거쳐 도축장으로가거나 비육장이나 농장을 거쳐 우선 살을 찌운 후 도축장으로 가거나 둘 하나다.

이미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도축장으로 가는 길도 먹이와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채 ㅇ동해야 하거나 추위와 더위,과밀한 적재,폐쇄된 공간에서의 고통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미국내 도축장은 대부분 공장식인데 킬링 플로어 ,즉 도살 작업장으로 이어지는 슈트를 통과한다.

그 이후 도축장내에서 노동자와 동물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이 폭력을 생산하는 시스템에 대한 구조적 비판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처음에 이 책을 읽을때는 동물애호가의 비건주의가 되자라는 주장인가 생각했다.

그래 듣고보니 힘들지만 치즈부터 우유,소고기요리를 포기해야 하나

아니면 고기외에 다른 대체식품을 선택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나 스스로도 그런 것을 알고 있지만 듣고 싶지 않아라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던것은 분명하다.

솔직히 고기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동물의 삶을 택할 것인가의 고민이 보이지 않는 낙농산업의 정치경제적인 폭력일수도 있다. 너희들은 우리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포기할 수 없는 그 맛들을 우리가 이렇게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속에서 운영관리하고 있으니깐 믿고 계속 먹어줘야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원초적인 욕망앞에 무릎꿇게 한다는 점에 약간의 자괴감이 든다.

하지만 저자의 책을 읽다보면 신체와 생명에 대해 폭력을 가하는 행위가 어떻게 규범화돠고 일상화되며, 그러한 규범화와 일상화가 얼마나 깊이 자리 잡았기에 폭력을 폭력으로 보지 않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게한다.

이래저래 엄청 불편한 책이다.

왜냐면 고민은 너무 많이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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