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탐구 생활
게일 피트먼 지음, 박이은실 옮김 / 사계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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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흔이 넘어서야 나는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궁금해 한다.

아마 성장과정에서 불합리라고 생각을 가지지 않게 자라온 환경탓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시골에서 자랐고 농사를 부모님이셨지만 내가 딸이란 이유로 교육기회에서나 생활적인 면에서 박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스게 소리로 넌 여자니깐 이런 일만 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오빠들이 하는 일을 모두 함께 감당해야 겠다.

오히려 내쪽에서 나는 하나밖에 없는 딸이고 여자인데 남자들이 하는 힘든 농사일을 시키는 부모님을 원망했다.

왜냐하면 내 또래 친구들은 내가 하는 벼베기,탈곡하기,쇠죽쑤기,낫으로 논둑베기 등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에도 부모님을 벗어나 여자고등학교를 다니고 남자들만 우글거리는 대학에서도 나는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동성으로서 취급을 당해서 억울했다.제발 나를 여자취급해주라는 말이 늘 목구멍에서 쏟구쳤다.

하지만 느즈막하게 내이름은 김지영이란 책을 읽으면서 내가 무의식적으로 당연시되던 것들이 나도 모르게 스스로 여성성을 강요받았구나하는 거였다. 그래서 최근에 양성평등에 관한 책을 하나둘 읽게 된다.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믿느냐는 질문에 완전히 믿고 당연하다고 말할 것이다.

스스로에게 자문해본다. 그럼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가?

아니, 그건 너무 센 말이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게 너무 나가고 싶지 않는다고 대답할 것 같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페미니스트 가치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자신에게 그 이름을 붙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무엇때문일까?

아마 '페미니스트'란는 말이 꽤 많은 부정적 고정관념을 소환하는 마법을 부리기 때문일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은 남자를 증오한다.

페미니스트들은 못생겼다.

페미니스트들은 브래지어를 태운다

페미니스트들은 항상 화가 나 있다



이 모든 관념들을 사실이 아니다. 현실에는 실로 다양한 부류의 페미니스트들이 있다.

직장,교육,정치에서 동등한 권리를 획득하는데 중심을 둔 자유페미니스트.

자본주의가 성불평등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믿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와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여성은 근본적으로 남성과 다르며, 여성적 특징이 가치를 얻고 찬양받아야 한다고 믿는 문화주의 페미니스트.

인종차별주의가 성차별주의가 성차별주의와 어떻게 교차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유색인 패미니스트.

여성에 대한 억압과 자연환경에 대한 학대상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생태페미니스트.

트렌스젠더 여성을 포함한 모든 여성의 해방을 주장하는 트랜스 페미니스트.

사회 전반에 엮여 있는 남성 지배적 권력구조인 가부장체를 해체하는 것이 목표인 급진적 페미니스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더 다양하고 많은 페미니스트 철학이 있다고 한다.

적어도 그 중 하나는 나와 생각이 잘 맞는 의미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 페미니즘이라는 말은 여전히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많은 사람들을 뒷걸음질하게 만드는 엄청난 힘을 가진 단어 페미니스트

아마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꺼리고 피하나보다. 페미니즘이 급진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하지만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그렇게 급진적으로 바꾸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과 지금 당장 이것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의 인간해방을 이룰 수 없다는 사람들과의 줄다리기를 보는 기분이다.

하지만 누구나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구조를 바꾸는 것은 움직이고 실천하려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행동이 파도처럼 계속 반복이 될때 바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본다.

첫파도가 파괴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 다음 파도에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에서 나는 페미니즘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처럼 A~Z까지 페미니즘을 이해하는 탐구생활 교재를 보는 느낌이여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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