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생존
김주영 지음 / 인디페이퍼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해자의 고통은 유한한데 왜 피해자의 고통은 무한할까요?

세기말에 벌어진 잔혹하고 끔찍한 사건.

그 후 사라진 공범과 한 아이.

피해자에겐 끝나지 않은 20년을 건너 서서히 밝혀지는 "그날 그 사건"의 전말.

진실은 잭나이프처럼 날카롭게 튀어나와 일상을 가른다!

왜 공범은 피해자의 딸을 살려두었을까?



유정은 피해자 중 한 사람의 딸이라고 했다. 유정의 엄마를 살해한 범인이 차마 죽이지 못하고 오두막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유정이 윤석을 도망치게 놔두었던 것은 서로가 닮아서였는지도 모른다. 엄마도 오두막 사건의 피해자였으니까. 어쨌든 윤석은 유정 덕분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윤석을 놓아줬던 일은 기억하지만 윤석을 알아보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애가 살아서 다행이에요

오두막에서 도망친 후에 살아남은 것이 다행이라는 뜻인지. 자신의 칼에 찔리고도 죽지 않아 다행스럽다는 의미인지 알수 없는 말이다.

그애. 살아남아서 계속 돌아가려 했다고 했어요.

어디로?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 알았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고 벌써 돌아갔겠죠.

문득 혼자라는 느낌이 밀려들었다.저들 속에 합류하여 어디인가로 돌아가야만 할 것 같은 기분. 그런데 어디로? 미희는 홀로 길잃은 느낌을 지우려 애쓰면서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완벽히 치유되는 상처는 없다.

다만 그 상처를 다루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끔찍한 일을 겪은 피해자에게 살아가는 법을 배울 장소와 사람들이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가해자에 의해 20년 이상동안 계속된 정신적 살인을 계속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피해자가 가해자를 자신의 손으로 처벌하는 것을 우리는 법이라는 이름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어린 나이에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 알았다면 그녀의 삶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녀 스스로도 살아남아서 누구나 누리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해자의 계속된 억압은 그녀가 살아남을 순간조차도 주지 않았다.

그녀가 살아남는다는 것은 가해자의 삶이 끝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결국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가해자의 삶을 끝내는 선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살아남은 그녀는 정작 돌아가야 할 곳도 없고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가해자의 고통은 끝났지만 살아남은 피해자의 고통은 다시 시작된다.

추리소설이지만 곱씹었을 때 피해자면서 가해자가 되버린 유정의 삶에 대한 씁쓸함이 남는다.

결국 완벽한 생존이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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