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임동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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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지리학과 교수인 임동근과 시사평론가 김중배가 2013년 팟캐스트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의 '도시정치학'코너를 정리해서 나온 책이다.

 

 비교적 짧은 시기에 메트로폴리스라는 거대도시가 된 서울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서울은 인구통계가 확립된 1965년 이후 현재까지 50년 동안 면적은 2배,인구는 10배로 늘어나는 급성장을 하였다.
서울의 성장과 변화에는 정부의 토지,도시개발,주택정책 등이 튼 영향을 미치는데,도시와 공간,주거의 문제를 통치성이라는 틀을 통해 더 종합적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정치지리학'적 관점에서 서울을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 특유의 행정기구인 동에 대한 이야기로 책이 시작되는데,1920년대 콜레라 유행시 이를 통제하기 위해 동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정치상황의 변화에 따라 행정 말단조직과 자치조직 사이를 왔가갔다해온 동사무소가 앞으로 복지,주민자치 등 어떤 역할을 하는 기구로 변화할지가 궁금해진다.

 

 1962년 도시계획법이 제정되고,서울을 확대하고 발전시키기 시작한다.
일본과의 무역을 고려해서 첫번 째로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이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체비지 매각을 한다.
체비지 매각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니 자본유입을 위해 '그린벨트'를 지정했다니 환경보호와 도시확장을 막기 위한 제도만이 아니었다는 것이 놀랍다.

 

 안정된 주거환경을 제공해주어야 체제유지에도 도움이 되는데,경제개발 당시 서울의 사무직 노동자들 즉 중산층화 될 수 있는 이들이 선호하는 주거형태가 아파트였고,정부는 기존의 시영,서민아파트 대신 중산층 이상을 위한 대형 민영아파트 건설에 중점을 두기 시작한다.
재벌들을 아파트 건설에 끌어 들이기 위해 각종 세제혜택을 제공했다니 아파트 건설붐이 그냥 건설업체의 자본유입과 경기상황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포와 테헤란로 중에서 대규모 자본으로 연면적이 큰 건물을 많이 지을 수 있는 자본이 상대적으로 많고,도시계획에 유리했던 테헤란로가 벤처 창업의 중심지로 개발된 것도 흥미롭고,다세대,다가구 주택붐이 김영삼 정권때의 세계화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설명도 흥미롭다.

 아파트 가격의 상승을 막기 위한 분양가상한제가 IMF를 거치며 원가연동제로 변하고 분양가가 평당 천만원으로 상승하기도 하는 등 정책의 변화와 주택시장의 변화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토지,주택정책이 노동의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게 됐다.
인구가 이동하면서 그들의 주거지가 필요하고,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시설과 주거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서울의 모습을 생각해보면서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들이 있는데,청계천에 대해서 장기적인 플랜에 의해 나온 것이 아니어서 나중에 복원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들거라는 얘기나 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기보다는 돈을 쓰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강남이라는 지적도 인상적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서울의 인구를 관리하기 위해 행정,교육,경제,치안,도로 등 다양한 시설들을 배치하는 통치전략들은 서울이 다른 도시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모습을 갖게 만들었다.
단기간에 고도의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기형적일 정도로 모든 시설들이 서울에 집중되게 된다.

 

 책을 읽고 나니 권력,자본,그들의 욕망이 서울을 만들어온 과정이 어느 정도 머릿속에 그려진다.
지금까지는 서울에 사는 사람들보다는 늘 다른 요소들이 우선시되어온 모습인데,이제 시민들도 목소리를 내고,권력의 생각도 변화해서 좀 더 인간중심적인 도시로 변화했으면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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