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화감각이라니, 생소한 개념이라 이 책에 끌렸다. 소박하긴 하지만 잡화 러버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제목인 것이다. 작가가 말하는 잡화감각이란 주변의 사물을 잡화로 인식하는 정도를 이야기하는 듯 하다. 특별히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그러고보니 잡화의 기준이나 특성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잡화를 검색창에 입력하면 ‘일상에서 쓰는 잡다한 물품’으로 정의된다. 잡다하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보잘것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인생에 필수품도 아닌 잡화를 왜 수집하는가? 기능성을 우선으로 내세우는 공산품들 가운데 남과는 다른 물건을 갖는 것이 곧 그 사람의 개성이라는 환상이 만들어진다는 데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개인의 일상 안에서 잡화를 꾸려가는 것은 내면의 세계를 형상화 하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아, 나는 나의 세계를 열심히 가꾸고 있었구나.그런데 잡화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라 확장 가능한 영역도 무궁무진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잡화는 말 그대로 보잘것없는, 가벼운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에 기능성 보다는 특히 디자인적인 면에서 마음에 들면 구매를 결정짓게 한다. 개인의 취향이 상품의 효용성보다 크게 작용한다. 책을 잡화로 볼 수도 있는데, 책을 장식품처럼 인테리어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수긍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시대가 변화할수록 책의 특색있는 판형이나 표지 디자인이 각양각색으로 매력을 뽐내며 소비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출판사들이 특정 부수 판매 기념으로 리커버판을 내놓는 이유도 이러한 선상에 있지 않을까?시대의 흐름에 따라 기능의 쓰임이 퇴색된 도구는 잡화로 분류되곤 하는데, 타자기나 전축 아무 것도 담고있지 않은 술병같은 것들이 그러하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극중 대사를 빌려 말한다. 내 원체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효율을 찾아 분주한 사회에서 몇번쯤은 무용한 걸 좋아해도 되지 않나 싶다.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일상으로 돌아갈 기운을 불어 넣어 주니까.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해 세상 어딘가에서 웅크리고 있을 잡화들에게 고하고 싶다. 잡화란 존재 자체가 유용하다고.*서평단 신청을 통해 도서를 받아 솔직하게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잡화감각 #미시나데루오키 #이건우 #푸른숲 #에세이 #산문 #에세이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기록 #책리뷰 #책추천 #추천도서 #서평단 #서평 #도서협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