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침내 내가 그리 착하지 않음을 인정했다. 그렇다고 나빠지지도 않으면서, 허무맹랑한 ‘아낌없이 주는 나무‘ 프로젝트를 폐기했다. 다음으로는 농담을 배워갔다. 회사에서는 흔쾌히 수락하는 말보다 무사히 거절하는 말들이 더 값지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 성격에 대한 악평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너스레를 잘 떤다‘라는 평가가 추가되었고, 이후의 생활은 전보다 편해졌다.
밥 시중을 멈추고부터는 싫어하던 상사들과의 사이가 오히려 개선되기도 했다. 그중 한 명은 내가 퇴사하던 날 눈물을 보일 정도였다. 나는 "저도 너무 아쉬워요. 우리 꼭밖에서 만나 술 한잔 해요!" 말하고 다시는 그쪽으로 침도 뱉지 않았다. - P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