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살림의 여왕/좋은여행 나쁜여행 이상한여행>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좋은 여행, 나쁜 여행, 이상한 여행 - 론리플래닛 여행 에세이
돈 조지 지음, 이병렬 옮김 / 컬처그라퍼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캐나다 동부여행을 할 때의 일이었다. 나와 일행 A는 퀘벡을 지나 몬트리울에 입성했고 그 시간은 대략 밤 11시 즈음.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예약 당시 사이트를 통해 봤던 사진과는 무척 다른 모습이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어두컴컴한 거실에 커다란 강아지를 쓰다듬고 앉아있는 몸집이 큰 주인아저씨와 그 옆에 똑같은 덩치의 아저씨 두 분은 어렸을 적 보았던 만화의 악당 캐릭터와 흡사해 보였다. 여권번호를 적고 예약한 금액을 지불하고 안내 받은 방은 폭탄을 맞고 지나간듯 같이 방을 써야 하는 아가씨들의 물건이 널부러져 있었다. (가방을 뒤지면 마약이라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랄까;;;) 도저히 이 방에선 잘 수 없단 생각에 방을 바꿔달라 요청했고, 여분의 방이 없는데 윗층도 괜찮다면 그리로 옮기란 말에 두 말 없이 가방을 들고 윗층으로 올라갔다. 문이 뜯어진 샤워실, 영화에서나 보았던 철제 이층침대 (앉으면 삐걱거려 도저히 앉을 수 없는),오늘 빨아서 아직 마르지 않았다는 담요 두 장을 받아들고 우리는 패닉상태에 빠져버렸다.  
... 살아서 나갈 수 있는 걸까??? ... 우리가 자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공포감에 빠져 결국 그 날 밤은 창가에 놓인 눅눅한 쇼파에 앉아 꼴딱 새고 말았다. 창 밖으로는 게이바로 추정되는 술집이 보였고 침대 안쪽으로는 방에 들어올 땐 몰랐던 또 하나의 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사진을 찍고 보면 유령이라도 같이 보일까봐 무서워서 차마 남기지 못하고, 해가 뜨자마자 A와 난 가방을 싸짊어메고 도망치듯 그 숙소를 빠져나왔다. >

여행을 하다보면 정말 해괴망측한 경험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경험일 수도 있고, 모든 걸 다 잃어버리고 혈혈단신 혼자만 남아버린 아득한 경험일 수도 있고, 짧지만 강렬한 연애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설레는 경험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두고 우리는 여행의 매력이라 일컫는다.  

 <좋은 여행, 나쁜 여행, 이상한 여행>은 여행의 아름다운 추억들보다는 기상천외하고 황당한 여행의 기억을 정리해놓은 책에 가깝다. 세계적인 여행서적 론리플래닛의 작가들답게 우리가 생각하는 예쁘고 멋진 여행지만 다닌 것이 아니라 조금은 위험하고 조금은 낯선 여행지들도 가기 때문에 어쩌면 이런 경험은 당연히 겪어여 할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여행 이야기는 조금은 어이없고 조금은 위험하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여행서적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이야기,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여행서적을 읽다 보면 그 곳의 좋은 점, 볼거리, 먹을거리들만 즐비한 책들을 많이 보게 된다. 에세이식으로 쓴 글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 책 내용의 절반 이상을 사진으로 가득 채우고,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문장의 나열로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이 작가가 느낀 감성일지언정 독자가 그의 입장을 100% 이해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좋은 여행, 나쁜 여행, 이상한 여행>에는 그 흔한 사진 한 장 들어있지 않다. 여행지의 인증샷(?) 하나 없는 이 책을 읽으며 또 다른 여행을 꿈꿀 수 있었던 건, 사진만큼이나 정확하게 표현된 그들의 기억 때문이다. 직접 경험한 내용과 그 순간의 감정이 잘 정리되어있어 읽는 사람도 쉽게 내용에 빠져들게 한다.  

 위에 적은 여행의 기억은 내가 대학교 3학년 때 경험한 실제 이야기다. 물론 책 속의 이야기들처럼 재미있게 표현하진 못했지만 난 이 책을 읽으며 나의 경험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 당시에는 정말 많이 무서웠고, 낯선 나라에서 해꼬지를 당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잠을 이룰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 곳을 빠져나와 안전한 곳으로 옮기게 되었을 때, A와 나는 그 날 그 순간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무척 즐거워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다른 예쁜 곳을 구경한 것 보다 더 강렬한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낯선 곳을 여행하고, 그 곳에서 보는 낯선 것에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그리고 그것이 지나고 나면 여행의 추억이 되어 두고두고 곱씹을 화제거리가 되곤 한다.   

아직 여행다운 여행을 떠나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낭만과 사랑이 가득한 여행을 꿈꾸시나요? 한적한 호숫가를 거닐며 이국의 낯선 풍경을 즐기며 산책하고 싶으시다구요? 하지만 여기 진짜 여행이 있습니다. 이국의 진짜 정취를 느끼며 그 곳 사람들과 살을 부대끼며 때로는 위험하고 때로는 황당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값진 경험을 하고 돌아온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여행기를 읽으며 당신이 미래에 하게 될 여행을 다시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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