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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너 뮐러의 연극세계
한국브레히트학회 엮음 / 연극과인간 / 2006년 9월
평점 :
하이너 뮐러의 작품들은 난해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후기로 갈수록, 연극미학의 극치를 보여주는 지극히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언어는
독일어권 독자도 아니고 문화적, 역사적으로도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를 쉽게 좌절모드에 돌입하게 만든다.
번역본이 나와있기는 하지만, 역자들도 그 함축적인 언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오류를 범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번역 대신 반역을 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해설서들이 나와있기는 하지만, 뮐러의 작품세계의 정수를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인 듯 느껴진다.
평전이 나와있긴 하지만, 분량이 적은 책을 택해 번역한 탓인지 이미 알려져있는 내용들을 나열하는 느낌이다.
이런 와중에 이번에 새로 출간된 하이너 뮐러의 연극세계는 참으로 반가운 기획으로 다가왔다.
우선 칭찬부터.
작품들을 개별적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둘러보기 편?다.
첫 공연 날자나 연출가 등이 명기되어 있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개별 글들을 읽다보면 분량상의 톨일이 부족한 듯하다.
굳이 길게 다루지 않아도 될 작품해설이 너무 길거나,
주요작품 중에서 난해한 작품들에는 조금 긴 설명이 요구되는 데도 불구하고 설명이 너무 짧은 경우도 눈에 띈다.
각 필진들 사이의 수준차도 솔직히 단번에 눈에 보인다.
내공이 깊어 간결하면서도 요점을 잡은 해설자도 있고, 장황하기만 한 경우도 발견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보아 작품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에는 이제까지 이만한 책이 없지 않나 싶다.
어차피 반쯤은 사전적인 용도의 책이며, 그 목적에 충실하다.
브레히트학회가 브레히트의 연극세계에 이어 훌륭한 기획을 한 점은 특히 높이 살만하다.
요즘처럼 논문실적에 연연하게 된 시절에 이렇게 자발적으로 필진들이 모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마침 이번 서울공연예술제에서도 뮐러의 사중주가 공연된다고 한다.
기회닿을 때마다 한 작품씩 미리 필요한 정보들을 섭렵해가며
세기의 스핑크스적 작가라는 뮐러가 만들어놓은 미로를 헤매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한 일도 없을 것같다.
아마도 이 책은 뮐러의 미로에 첫 발을 디디고자 하는 이들이 손에 쥐고 출발해야할 아드리아네의 실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