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건축 만담 - 두 남자, 일상의 건축을 이야기하다
차현호.최준석 지음 / 아트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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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시에 오래 산다고 해서 그 도시를 잘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는 게 없다. 그 도시를 안다고 하려면 역사와 문화, 거리와 사람 등 다각도에서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도시에 오래 살면서 열심히 도시 곳곳을 돌아다닌 것 같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는 곳만 오고 간다. 예를 들어, 직장인들의 점심 시간을 들여다보자. 1시간이라는 점심 시간 동안 회사에서 오고 갈 수 있는 거리의 식당에서 후다닥 식사를 하고 돌아와야하기에 주변에 아무리 맛집이 있어도 10분 거리 이상에 위치한 곳이라면 큰 맘 먹고 예약이라도 하고 가지 않으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몇 곳의 음식점만 오고 가게 된다. 그렇다면 직장 밖의 생활은 어떨까? 퇴근후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가게 되는 곳은 유명한 몇몇 번화가들 중 하나가 되기 마련이다. 주말은 어떨까? 부지런한 데이트족이 아닐 바에는 매일 가던 영화관, 쇼핑몰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봄이 되었다고 서울 시내의 유명 꽃구경 명소로 나들이를 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만, 서울의 인구를 생각한다면 극히 소수의 부지런한 사람들만 구경을 갔다왔을 것이다.

두 명의 건축가가 쓴 <서울 건축 만담>은 두 명의 저자 중 한 명이 글을 쓰고, 그가 쓴 글을 나머지 한명이 읽고 그에 대한 화답의 글이 이어져서 한 권의 책을 구성하고 있다. 총 32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으니, 저자 한 명당 16개의 글을 쓴 셈이다. 두 명의 저자가 생각하는 건축에 대한 생각, 그 건축 혹은 그 거리 하면 생각나는 사람, 음악, 영화, 책 등 다양한 신변잡기 이야기가 등장하다보니 소설처럼 재미있고 술술 읽힌다.


이 책을 통해 서울에 살면서도 안 가본 곳들이 참 많고, 서울에 대해 아는게 참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첫 직장에서 만난 두 건축가가 15년이라는 사귐을 통해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서울 건축 만담>은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을 위한 깊이 있는 건축에세이가 아니라 두 사람의 주고 받는 이야기 속에서 생각나고 가 본 건축물과 거리에 대한 수다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건축에 문외한인 사람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내가 가본 곳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몰랐던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직 가보지 못한 곳과 건축물들에 대한 글을 통해 나중에 하나씩 찾아가보고 내가 느낀 점이 그들이 느끼고 이야기했던 것들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또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르면서도 비슷한 사람을 만나 서로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격려하는 벗이 되고 '글쓰기'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고 같이 책까지 쓴 이들의 우정이 부러웠다. 학창시절부터 사귀어 온 친구들 중에 혹은 사회생활을 통해 친해진 동료들 중에 이들처럼 우정을 나누고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서 이를 순수하게 공유하고 같이 즐길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란 힘든 것 같다. 물론 밥 한끼 같이 먹으며 수다를 떠는 일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상의 것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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