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의 발견 - 마에스트로의 삶과 예술
존 마우체리 지음, 이석호 옮김 / 에포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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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작품을 두 명의 지휘자가 같은 악단과 함께 고작 몇 달 간격으로 연주하더라도, 심지어 마법의 가마솥에 들어가는 몇몇 재료가 서로 같은 경우에도 각각의 연주가 듣는 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천양지차로 갈릴 수 있는 것이다. "위대한 요리사 세 사람에게 같은 식재료와 레시피를 주고 조리를 부탁하면 세 개의 전혀 다른 요리가 나오기 마련"이라는 격언이 음악 악보와 그 위대한 해석자들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 위대한 지휘자들은 저마다 다 다르다. 그러나 고만고만한 지휘자들은 서로 비슷비슷해서 구분하기 어렵다.'(본문 25~26쪽)


<지휘의 세계>의 도입부에 소개된 요리사의 비유는 동일한 작곡가의 곡일지라도 어떤 지휘자가 지휘하느냐에 따라 음악적 해석이 달라지고 듣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줌을 잘 보여준 말이다. 또한 위대한 지휘자로 평가받는 이유는 같은 하나의 곡을 나름의 해석을 통해 음악적 완성을 이끌어내기 때문임을 잘 보여준 말이다. 지휘자이자 음악교육자, 제작자 그리고 레너드 번스타인의 후학이자 동료인 존 마우체리는 이 책에서 지휘의 역사에서부터 지휘자가 되는 법, 지휘자의 연주세계에 대해 일반인들이 알지 못했던 지휘와 지휘자의 세계에 대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을 읽으며 몇 년전 관람했던 영화 '더 컨덕터(2018)'와 오래 전에 재미있게 봤었던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2002)',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2008)'가 기억이 났다. 영화 '더 컨덕터"는 안토니아 브리코라는 여성지휘자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데, 독주연주자를 제외하고는 오케스트라에서 조차 여성단원이 없던 시절, 지휘자로서의 꿈을 이루어낸 안토니아 브리코의 놀라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이와 반면에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흥미로운 클래식 음악세계와 지휘의 세계를 만날 수 있었던 컨텐츠였다. '노다메 칸타빌레'에서는 짧은 시간동안 주어진 과제곡을 익혀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어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는 지휘콩쿠르에 참가한 남자주인공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고,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는 독설가이며 독불장군같은 지휘자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맡아 좌우충돌하는 이야기가 코믹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드라마였다. 


<지휘의 세계>는 지휘자가 쓴 책 답게 책의 초반에 등장하는 악보 읽는 법도 몰랐다는 아마추어 지휘자 '길버트 캐플런'의 이야기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레너드 번스타인'의 흥미로운 일화처럼, 일반인들은 알지 못했던 여러 지휘자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과 지휘자가 되는데 있어 필요한 악보를 읽고 해석하고 이를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지시하고 실제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정말 놀라운 일인 것 같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경우 파란색과 빨간색 펜을 사용해 스코어에 기입했던 말러를 모방했는데, 말러는 구분없이 색깔펜을 사용한 반면 번스타인은 파란색으로는 연습 및 연주시 눈여겨봐야할 부분을 표시하고 빨간색으로는 다이내믹과 오케스트레이션, 템포 등을 표기했었다고 한다. 


'250명의 인원을 앞에 두고, 수천 명의 청중을 뒤에 두고 그 한가운데 서서 연주를 이끌어가기 위해 필요한 초인적인 에너지도 있다.(...) 이러한 특권에 따르는 대가는 매우 혹독하여, 상당수 지휘자가 중도에 일을 포기하고 만다.'(본문 394~395쪽)


음악적 성취 뿐 아니라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의 관계나 청중, 평론가들과의 관계 등도 고려해야 하는 위치라는 점에서 특정악기를 연주하는 이들보다 지휘자라는 위치가 참 어렵고 힘든 자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포관리코스' 참여 경험을 통해 저자가 얻은 교훈 세가지 중 '지휘는 끔찍이도 외로운 일일 수 있으며, 도전에 대한 해법도 오로지 홀로 한다'는 점은 지휘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일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휘자들이 장수하는 이유로 '공연을 마치고 나면 다음 공연에 대해 생각하기 때문'일지 모른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는데, 지난 해 타계한 지휘자 베르나르트 하이팅크가 92세였던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로 인해 많은 음악회들이 취소가 되어 관람이 쉽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많은 음악회들이 취소없이 진행되고 있다. <지휘의 세계>를 읽고나니 그동안 관람하지 못했던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가보고 싶어졌고, 지휘자가 잘보이는 관객석을 예매해서 지휘자의 지휘를 보며 음악을 감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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