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나를 만나기 전
줄리언 반즈 지음, 권은정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0월
평점 :
절판


그녀가 나를 만나기전엔 어떤 남자들과 어울렸으며 어떻게 처신을 했으며 섹스는 누구하고 가졌을까.. 주인공 그레이엄은 어느 날 그녀를 만나고, 결혼한 후 질투에 빠지게 된다. 앤과 그의 친구인 잭은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현실적인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그레이엄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는 전부인(바바라)외엔 누구와도 섹스를 가지지 않았고, 육체적으로 즐기기보다는 두뇌로 사고하기를 즐겨하는 인물이다. 이 즈음 세계에서는 꽤 답답한 인물로 보여지기까지한다. 그레이엄은 앤이 가졌던 과거(조연영화배우)에 우연히 눈을 들이대면서, 그곳에서 헤어나오지못한다. 그것에 집착하고, 게다가 더욱 첨가하여 상상하고 결국엔 친구를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만다.

스스로 자신을 옭아매는 존재, 인간이라고 역자는 말한다. 그것이 반즈가 보여주고자하는 큼직한 주제인듯한데, 가볍게만드는 요소가 많이보인다. 그것은 유머이다. 소설속에서 유머를 보면 이제는 어색한 기분이 든다. 세태의 웃음에 길들여져서 일까. 타국이니만큼 차이가 있는것도 당연하거니, 웃음을 만끽할수 있는 것은 정해져있다는, 구태의연한 생각이 자리잡기때문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68야드 파4 제2타
무라카미 류 지음, 이유정 옮김 / 큰나무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골프에 관심이 안가는 터수에다가 확실한 제목을 기억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러는 편이 나았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보고난 뒤의 따사로움은 제법 컸기에 그러하다.

소설로서 접한 일본인의 감성이란 거친 생각이겠지만, 지극한 허무와의 싸움이 아닐까한다. 그것은 풍요에서 비롯되어 질수도 있을테고, 극도의 불안이라든가, 강박관념으로부터 일수도 있을것이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는 그들의 역사가 허무의식의 토대가 되었다고 한 말을 들은 적도 있다. 그 역사가 우리로선 편치않은 마음을 갖게도하지만, 허무함이야 비단 일본만의 감성이 아니니 공감되는바는 적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 소설은 그런 허무함의 밑바탕이되는 멜랑콜리함이 가득한데, 화자의 상대인물이라 볼수있는 겐타로는 의외로 경쾌하게 그려진다. 순수한 동심의 형태를 그려지게하는 그는, 화자가 세속에 의해 잊혀진 거품덩어리(열정에 따른 흥분)를 상기시키고 세월에 찌든 그를 다시 한 번 빳빳히 고개를 들게만들고있다. 단지 화자뿐은 아니란 생각이든다. 겐타로를 보면서, 그가 타민족이고 동양인이란 핸디캡으로도 PGA리그에 천연한 모습으로 맞서는 모습은 읽는이로하여금 용기를 준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류답지 않다고나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팡이꽃 - 1999년 제3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집
하성란 외 / 조선일보사 / 1999년 6월
평점 :
품절


독자서평을 쓰는 나는 우리나라문학에 길들여졌었고, 해서 한국문학의 특징이라면 특징인 단편문학의 강세가 두드러져보이지는 않았다. 외국문학을 접했을 때 비로소 우리나라의 문학이 독특하고, 독특한만큼의 장, 단점의 결과를 초래한 문학풍토를 여기저기서 알수도 있었다. 단편문학의 발달에 따른 결과란 눈에 보이듯 장편소설의 약세, 단편문학의 무거움, 나아가 문학자체의 묵직함을 꼽을수 있을것이다. 나이드신 비평가들마저도 우리의 문학은 구태의연하고 무거워서 때로는 숨이 막힐지경이라고도 들은바있다. 반면 그것이 전통이며 무거운 단편문학에 비롯하여 이만큼 성장할수 있게되었다는 반론도 들어보았다..

젊은 작가군단이라고 하는 하성란을 포함하여 김영하, 조경란, 백민석.. 등의 글들을 접하면 후일담이나 거대담론은 보기가 아주 힘들다. 따라서 다소 아쉬워하는 독자층도 있지만 보다 경쾌하고 독서의 부담은 많이 줄었다고 하는 일부의 말도 종종 들리곤했는데, 그것이 좋다, 나쁘다를 벗어나 이 나라의 문학이 변화하는 한 과정속에 있다는 개인적 견해이다.

1999년을 기점으로 동인문학상도 변모를 이룬것같다. 더이상 단편소설을 취급하지 아니하고 장편소설에 상을 부여하게 된것이다. 해서 하성란은 동인문학상에서 수여하는 마지막 단편문학상을 받게된 셈이다.

수상작 <곰팡이꽃>의 두드러짐은 화려하기까지하다. 단편소설은 내용이 적기때문에 아쉬운 점이 있다하더라도 별로 개의치않는 장점이 있다고들하는데, 또한 이렇게 깔끔하고 논리적인 작품을 만나기도 힘이든게 아닐까한다.

하성란의 장편은 단편보다 약하다란 소리도 적잖은데, 특히 이 <곰팡이꽃>의 수려함때문에 타작품들이 빛을 잃는게 아닐까, 생각되어진다.

무엇보다 주제가 뚜렷하다. 삶을 바라보는 각도가 괴이쩍기까지한 이 남자. 쓰레기를 뒤져서 개인들의 취향을 알게되고 또한 숨기고저하는 각자의 내면도 읽을수가있다. 진실은 쓰레기통에서 죽어가고 있다, 란 구절은 흥미로우면서도 상념에 잠기게하는 힘이 강력하다. 또한 여느 하성란의 글들에서 볼수있듯이 감상을 배제하고 '그'와 '그녀'가 아닌 '남자'와 '여자'로 대명사되는 현대의 객체.. 현재형의 글쓰기.. 이들은 독서의 긴장감을 형성하는듯해서 추리물에도 어울릴법한 작문으로 생각된다. 앞으로의 이 작가의 작품들은 더욱 꼼꼼히 짚어볼 마음이 생겼다.

기타, 공선옥의 <술먹고 담배피우는 엄마>는 공선옥다운 글쓰기로 보인다. 여느 작품과 떨어지지도 탁월하지도않게 보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세기말부터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접한 소설들의 궁극적물음은 서평제목이지 않을까, 물론 용기를 어느 정도 동반해서 생각해본다. 공감이 가지 않을수 없는 소재이거나 주재일것이다. 먼저 디지털, 정보통신으로 물든 이 바쁜 세상에서 개인은 자신을 자주 망각해버린다. 유희나 쾌락을 좇기는 하지만 진정 바라기때문에 행동에 옮기는 건지, 프랑스의 걸출한 한 작가는 본능마저도 모방이라고하지 않았던가..

이 소설은 짧고 깜찍하지만 작가의 연령에 비해서 깊이도 있는듯하고 무엇보다 그로테스크함이 진하다. 그것은 현 삶을 표현하고저 함이라 생각되어지는데 설득력도 약하지않다.

소설의 시작부분에서 작가는 운을 띄운다. '사람은 스스로가 어떤 인물이지 모른다.'라고. 누구나가 하는 말일것이다. 자주 듣기도하고, 이 시대엔 어쩌면 진부하기도하지만, 눈길이 멈추는 건 왜일까.. 화자가 표본임에 틀림없다. 자신을 몰랐던 자. 허나 한 남자를 살인할수도 있었고 살인자가 65세의 전직 라틴어, 그리스어교사인.. 바로 자신.

사건의 시작은 이웃에 사는 늙고 뚱뚱한 의사가 오후 네시만 되면 화자의 집으로 방문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사건이후로 화자와 부인의 일상은 뒤틀리고 삶의 비극을 마주보게된다. 비슷하다면 엠마뉘엘 카레르의 <콧수염>이 생각난다. (주인공과 주위사람들의 상반된 인식탓에 그는 죽음으로 치닫게된다.)

그런데 이 소설은 예상을 벗어난 결말이 흥미롭다. 화자와 부인의 파멸이 올줄 알았는데, 화자의 내면의 혼란을 그리면서 야누스적, 낮과 밤,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인간의 두 모습의 교차, 필시엔 선과악중 악이 부상하며 그는 살인극을 벌이는 것이다. 눈이 녹으면 그 흰빛은 어디로 가는가.. 하는 영국의 걸출한 작가의 말이 무대로 내려오는 커튼처럼 종막을 고하는데, 흰빛이란 인간의 순결을 상징하는것이리라.

그렇게 본다면 굉장한 비극으로 뵈지만 악의 상반된 것인 아내는 죽은이의 부인과 친교를 맺음으로서, 작가는 한 쪽으로 치닫는 결말을 상쇄한다.

이렇게 단촐한 분량으로 재미와 놀람과 되새김을 주게한것도 참 오랜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암리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있다. 멜랑콜리아, 암리타, 아무것도 변하지않는다.. 가 그것이다.

어떻게 보면 동화책을 오랜만에 접하는 기분이 들기도하고, 또 달리 보면 너무나 풍족해서 만족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는 자의 배부른 푸념을 듣고 있기도하였다. 어떤 멜랑콜리한 기분을 지우고저 국외여행을 하게된다거나, 멋진 호텔로 저녁식사를 하러 간다거나 .. 이런 것들은 현실성이 미약하지 않을까, 가난한 자의 심리로는 말이다.

어차피 소설속에서는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일, 가히 상상을 불허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좋다. 그것으로 위안이 되거나 참신할수도 있다. 그리고 현실과 닮아있어도 좋다. 무엇보다 감동을 주면 그 이상의 독자로서 바람도 없을것이다. 책 표지가 튀었다. 해서 구입했는데, 나의 기대가 너무 앞섰다. 하지만 개인 취향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상대적인거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