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세기말부터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접한 소설들의 궁극적물음은 서평제목이지 않을까, 물론 용기를 어느 정도 동반해서 생각해본다. 공감이 가지 않을수 없는 소재이거나 주재일것이다. 먼저 디지털, 정보통신으로 물든 이 바쁜 세상에서 개인은 자신을 자주 망각해버린다. 유희나 쾌락을 좇기는 하지만 진정 바라기때문에 행동에 옮기는 건지, 프랑스의 걸출한 한 작가는 본능마저도 모방이라고하지 않았던가..

이 소설은 짧고 깜찍하지만 작가의 연령에 비해서 깊이도 있는듯하고 무엇보다 그로테스크함이 진하다. 그것은 현 삶을 표현하고저 함이라 생각되어지는데 설득력도 약하지않다.

소설의 시작부분에서 작가는 운을 띄운다. '사람은 스스로가 어떤 인물이지 모른다.'라고. 누구나가 하는 말일것이다. 자주 듣기도하고, 이 시대엔 어쩌면 진부하기도하지만, 눈길이 멈추는 건 왜일까.. 화자가 표본임에 틀림없다. 자신을 몰랐던 자. 허나 한 남자를 살인할수도 있었고 살인자가 65세의 전직 라틴어, 그리스어교사인.. 바로 자신.

사건의 시작은 이웃에 사는 늙고 뚱뚱한 의사가 오후 네시만 되면 화자의 집으로 방문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사건이후로 화자와 부인의 일상은 뒤틀리고 삶의 비극을 마주보게된다. 비슷하다면 엠마뉘엘 카레르의 <콧수염>이 생각난다. (주인공과 주위사람들의 상반된 인식탓에 그는 죽음으로 치닫게된다.)

그런데 이 소설은 예상을 벗어난 결말이 흥미롭다. 화자와 부인의 파멸이 올줄 알았는데, 화자의 내면의 혼란을 그리면서 야누스적, 낮과 밤,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인간의 두 모습의 교차, 필시엔 선과악중 악이 부상하며 그는 살인극을 벌이는 것이다. 눈이 녹으면 그 흰빛은 어디로 가는가.. 하는 영국의 걸출한 작가의 말이 무대로 내려오는 커튼처럼 종막을 고하는데, 흰빛이란 인간의 순결을 상징하는것이리라.

그렇게 본다면 굉장한 비극으로 뵈지만 악의 상반된 것인 아내는 죽은이의 부인과 친교를 맺음으로서, 작가는 한 쪽으로 치닫는 결말을 상쇄한다.

이렇게 단촐한 분량으로 재미와 놀람과 되새김을 주게한것도 참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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