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레에게는 과학이때늦은 빙산이 된 셈이지만 어쨌든 이제 그의 배는 뒤집어지고 침몰해버릴 것이다. 그의 싸움은 결국 단순한 생존의 문제로 전락해버렸다. 변호사들은 그를 사형에서 구해내기 위한 유죄협상에 매진했다. 사형을 피하는 조건으로 다른 살인과 강간 전력을 털어놓을 의향이 있다는 말까지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사형이든 무기는, 룰레는 완전히 이 세계와 끝이 났고 그 속에서 난 구원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어느 수술보다도커다란 치유력이 되어주었다. - P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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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균형이 깨진 느낌일 때 세 가지 영역에서 프로젝트가 돌아가고 있는지 살핀다. 돈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좋아하는 일, 시간을많이 쓰진 못하지만 조금씩 미래를 준비하는 하고 싶은 일, 스트레스는 꽤 크지만 그래도 나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이다. 이 크고 작은 세 가지 일이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가듯 움직이면 삶의 시계가 문제없이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 P137

우연이 만들어준 상황을 나는그렇게 내 속 편할 대로 해석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자체가 실상 어렵다. 내가 마주하고 인식하기로 한 모든 것은 내가해석한 상황이다. 살면서 흔적도 남지 않을 일인데 그때 실패한나 자신이라는 서사에 빠져 한심한 상태로 있기로 결정한 건 나였다. 아는데, 아는데도 도무지 그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는삶이 가져올 소소한 영화 같은 우연을 기다려야 한다. 괴로워하는사람에게 흔히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위로하지만, 긴 시간이 주어진다 해서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 P188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는 운명에 맡기고 항상 성장하는 삶의 과정에서 행복을 찾아낸다. 최선을 다해 완전하게 산다는것은 자기가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느냐 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할
을 정도로 만족을 주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의 생각을 빌려 왔지만, 내가 만든 최소 취향의 결론을 이보다 더 적절하게 설명할수 없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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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른 걸음으로 문을 나섰다. 유치장 안에 들어가는 일은 늘 언짢았다. 철망이 너무 가늘어서일까? 형사법 변호사와 범죄자 변호사 사이의구분선, 가끔은 철망 어느 쪽에 내가 서 있는지조차 모호할 때가 있다. 철망 안쪽에 있지 않은 것이 내게는 늘 천운에 불과했다. - P25

지키고 품어야 할 법 따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당사자주의, 억제와 균형, 정의의 추구 같은 로스쿨 개념은,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조각상처럼 부식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법은 진실과 아무 상관이 없다. 그곳엔 오직 타협과 개량과 조작만이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나도 무죄냐유죄냐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유죄 아닌 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사건이란 싸구려 하청으로 지어진 건물과 같다.
귀퉁이를 잘라먹고 철근을 빼먹고 거짓말로 그 표면을 색칠해버린 빌딩.
따라서 내 일은 날림공사의 페인트를 벗겨 균열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균열마다 손가락을 밀어 넣어 더 넓혀놓아야 하고, 균열을 있는 대로 키워 건물을 무너뜨리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그 안에서 의뢰인이라도 빼내면 된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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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나서는 전함처럼, 이 사건은 천천히, 확실히, 그리고 도저히막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단호하게 새로운 방향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 P202

쉼터 밖 거리에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밤의 인간들, 상처받은 사람들, 쫓겨난 사람들, 남들로부터 도망친 사람들과 자신으로부터 도망친 사람들, 과거를피해 도망친 사람들, 자기가 한 일을 피해 도망친 사람들, 그리고 자기가 하지 않은 일을 피해 도망친 사람들. - P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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