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도 아주 옛날 일처럼 느껴졌다. 이 도시에서는 모든 일이 너무 빨리 일어났다. 순간을 제외한 모든 것이 역사책에 나오는 옛날 일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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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그런 상황인 줄 몰랐어. 듣고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군."
보슈는 이래서 빌리츠 과장이 좋았다. 빌리츠의 판단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잘못을 기꺼이 인정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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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불에 데었던 두 손가락을 살펴보니 새로 돋아난 빨간 살로멋지게 아물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나머지 부분도 그렇게 아물기를 바랐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그는 자신에게 책임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도.

"내 생각엔 말이야, 젊은이. 자기에게 완벽하게 들어맞는 사람은 평생에 딱 한 번밖에 못 만나는 것 같아. 만약 그런 여자를 발견하면 필사적으로 잡으라고, 그 여자의 과거 따위는 중요치 않아. 그딴 건 하나도중요하지 않다고, 잡는 것만이 가장 중요해."
보슈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것도 그 방법뿐이었다.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과거라는 몽둥이로 자기 머리를 계속 후려치면 심각한 치명상을 입게 돼요. 그만하면 된 것 같으니까. 암튼 난 당신선량하고 깨끗하고 궁극적으로 친절한 남자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당신 자신에게 그러지 말아요. 당신이 지닌 것, 이런 생각을 하는 당신 자신을 파괴하지 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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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일어난 온갖 재앙들을 모두 기억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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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 속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어떤 생각이 용암 속으로 밀려들어갔다. 모두 중요하거나 아무도 중요하지 않다. 잠에 빠지기 직전의 명징한순간에, 그는 자신의 생각 속으로 흘러든 그 연결선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리고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과거란 네가 들출 때만 있는 거야.
과거로 네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도 있지만, 네 자신을더 강하게 만들 수도 있지. 나는 강해, 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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