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보슈는 코너에 몰려 정육점에서 죽든 아니면 산마루에서 천상의 불빛을 내려다보며 죽든, 그것은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죽는 것은 마찬가지고 중요한 건 그 마지막 모습이 아니었다. 우리 모두는 배수구를 빠져나가는 물처럼 하루하루 생명이 빠져나가고 있는 거야, 그는 생각했다. 그 검은 수챗구멍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있는 이들도 있고 좀 멀리 있는 이들도 있다. 그 검은 구멍이 가까워지는 것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빙빙 도는 물이 언제 자기를 움켜쥐고 그 어두운 수챗구멍 속으로 밀어 넣을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중요한 건 맞서 싸우는 거야, 보슈는 혼잣말을 했다. 쉼 없이 버둥거려 보는 거라고, 그 물에 휩쓸리지 않도록 계속 버텨 보는 거야. - P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