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야기는 삶과는 다르고 삶은 지리하게 이어진다. - P302

급할 건 없었다. 충분히 머뭇거려도 된다는 걸 그는 알 수 있었다. - P269

멀리 지평선을 넘어가는 태양이 광활한 하늘과 대지 위로 아낌없이 노을을 흩뿌리고 있었다. 그 빛의 한 조각은 한껏 구부리고 앉은 소마의 어깨에도 손을 올리듯 살며시 닿았다. 시간이 흘러 어깨에 머물던 빛도 사그라지고 주위가 온전히 어둠에 가라앉을 때까지 그는 그 모습 그대로 그렇게 앉아 있었다. - P299

영웅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났어야 한다. 영웅은 영웅으로죽고 이야기는 박제된 이야기로 남았어야 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삶과는 다르고 삶은 지리하게 이어진다. 이유도 의미도 없고,목적도 방향도 없는 넘치도록 당혹스러운 삶의 잉여를 바라보며, 길을 잃은 자들은 주변을 배회할 뿐이었다. 어떤 이들은 눈에 띄는 아무것이나 움켜쥐고는 그것이 마치 길이라도 되는 양애써 안심했으나, 그것은 그저 덫에 걸린 짐승이 죽음의 때를 기다리며 겨우 상처나 핥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어리숙한 영혼이 이것을 알든 알지 못하든 그것과는 무관하게 세상의 이야기가 끝난 자리에서 비로소자아의 빛나는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old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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