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음 담당이다. 죽음이 내 생업의 기반이다. 내 직업적인 명성의기반도 죽음이다. 나는 장의사처럼 정확하고 열정적으로 죽음을 다룬다. 상을 당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슬픈 표정으로 연민의 감정을표현하고, 혼자 있을 때는 노련한 장인이 된다. 나는 죽음과 어느 정도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죽음을 다루는 비결이라고 옛날부터 생각했다.
그것이 법칙이다. 죽음의 숨결이 얼굴에 닿을 만큼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게 하면 안 된다. - P12

20년 전 누나가 죽은 뒤 왠지 나를 대하는 두 분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 사고에서 살아남은 나를 범인으로 의심하는 것 같았다. 살아남았으니까. 또한 그때 이후로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마다 계속 부모님을 실망시켰다는 확신이 들었다. 예금에 쌓이는 이자처럼 작은 실망들이 오랜 세월 차곡차곡 쌓였다. 이자가 많이 쌓이면 우리는 그 이자를믿고 편안히 은퇴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남이었다. 나32 - P32

어쨌든 나는 그 미끼를 물었다. 그리고 그 뒤로 내 삶의 모든 것이 변했다. 누구의 삶이든 세월이 흐른 뒤 회고를 해보면 삶의 지도를 분명히그릴 수 있듯이, 내 삶은 그 한 문장과 함께, 내가 글렌에게 형 이야기를쓰겠다고 말한 그 순간에 변해버렸다. 그때 나는 죽음에 대해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다. 악마에 대해서도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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