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준비가 끝났다. 보슈는 앞으로 몸을 기울이고 서류철 위에서 팔짱을 끼었다. 법정은 고요했다. 일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는 법원 출입 기자 한 명과 서기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보슈는 이런 순간을 좋아했다. 폭풍 전야의 고요.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보슈는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또다시 악마와 춤을 출 준비가. 보슈는 자신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할 때마다 항상 이런 순간과 맞닥뜨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순간을 음미하고 기억에 새겨야 마땅했지만, 그는 항상 창자가 꼬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 P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