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렛 미 인 - Let the Right One i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만약 사랑에서..
착각, 착시(錯視), 욕심, 기대, 이기심, 변명, 계산, 자존심...
이런 불순물들을 제거한다면 과연 무엇이 남게 될까...?
사랑은 어떤 순물질들로 이루어져 있을까...?
내 생각에 그건 바로 "용기"다...
나를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려는 용기,
그 사람이 어떤 모습이라도 그 존재 자체로 사랑할 수 있는 용기...
우리는 그 용기가 없어 자꾸만 사랑에 실패하는 것이다...
나에게 <렛 미 인>은 너무도 아름답고, 슬프고, 잔인하고, 시적이며, 환상적인 동화이기 이전에...
용기를 가진 두 존재의 용감한 사랑이야기였다...
오스칼은 12살 밖에 안됐지만 32살인 내가 가질 수 없었던 용기를 가졌고,
그래서 당당하게 이엘리가 여자가 아니어도, 인간이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말할 수 있는 아름다운 아이이고...
이엘리 역시 살기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오스칼을 위해 참아내고, 견뎌내는 용기를 지닌 아이다...
이렇게 가장 위태로우면서도 완벽한 사랑이 또 어디에 있을까...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 갈게..."
뱀파이어인 이엘리에게 이 말은 당연히 어둠이 찾아오면 오스칼에게 온다는 뜻이겠지만...
둘의 사랑을 지켜 보노라면 저 말이 꼭 그런 의미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란 걸 깨닫게 된다...
오스칼에게 어둠이 찾아와 그가 힘들어질 때, 한 조각의 빛도 찾을 수 없어 한치 앞도 볼 수 없게 됐을 때..
자신이 곁에 있어 주겠다는... 의지를 지닌 약속...
사전적인 의미를 넘는 저 말은 그래서 더 아름답다...
"잠깐만이라도 내가 돼 봐..."
살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이엘리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오스칼의 의구심 가득한 마음에 이엘리가 던진 말이다.. 그 잠깐의 시간동안 오스칼의 진심은 그녀의 가혹한 운명과 보다 깊은 이엘리의 본질에 다가서게 되고 그 어렵지만 값진 경험 속에서 이엘리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 사랑하는 이에게 자신의 가장 치부일 수도 있는 모습을 내 보일 수 있는 이엘리,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오스칼.. 아! 둘은 얼마나 용감한가...
특히 이엘리와 오스칼의 첫 만남이 이루어지는 정글짐에서...
이엘리가 아주 우아한 몸짓으로 착지하며 내려오는 모습은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유럽의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특히 그건 북유럽에 한해서인 듯하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건조하고 차갑다... 상상할 수도 없는 추위 때문일까... 영화의 분위기도 스토리도 마치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려는 듯 아주 느릿하고, 우아하며 함축적이다.. 남미의 뜨거운 열정과는 반대되지만 서로를 관통하는 "차가운 열정"이랄까.. 그래서 북유럽의 영화에는 더 강한 임팩트가 있다.. 얼음과 불이 함께 공존하는 느낌... 늘 그 아이러니한 느낌에 매료되는 것 같다...
*
만약 내가 누군가를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용기를 내 보리라...
내가 아닌 그 사람이 되어 볼 수 있는 용기...
그 사람이 스스로 존재하고 있는 가장 자연(自然)스러운 상태로 사랑할 수 있는 용기...
그 때라면 이엘리처럼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도 있겠지...
Let me 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