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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디스 월드 - In This Worl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런 종류의 영화를 볼 때마다 나는 갖가지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그 중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은 "분노"이다.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분노, 불평등한 세상에 대한 분노, 가진 자의 오만에 대한 분노, 대상을 알 수도 없는 심원한 분노...
파키스탄에서 영국의 런던까지 6400km의 목숨을 건 자말의 여정을 세미 다큐 형식으로 찍은 <인 디스 월드>는 관객에게 어떤 감정의 강요도 없이 그저 묵묵히 자말의 좌절과 시련을 기록하는데 주력한다. 때론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멀찌감치 떨어진 카메라는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무능하고 비겁한 우리의 역할을 대신 하고 있는 듯 하다.
자말의 머리에 "이 세상"은 어떻게 기록되고 있을까...? 평화의 중요성에 대해 가르치면서도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며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어떤 죄책감도 없이 살육을 저지르는 강대국들.. 그 사람들과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고 생각할까...? 우리에겐 너무도 비참한 현실들이 자말에게는 그저 받아들여야만 하는 숙명으로 주어지고 있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아프카니스탄의 난민촌에 살고 있는 자말의 세상이,
말라위 공화국에 살고 있는 마르코의 세상이 결코 같은 세상이 될 수 없다는 것에 분노한다.
무엇이 인간이 사는 세상을 저렇게 잔인하게 나누었는지.. 그 근원적인 의문 때문에 늘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