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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평점 :

조지 오웰은 이 세상이 이렇게 되어 버릴 줄 미리 예견하고 이 책을 썼을까? 이 책은 1948년에 쓰여졌지만 오히려 2008년, 아니 그보다 더 미래에 읽는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지금의 현실과 너무도 잘 들어 맞는다. 그러고 보면 전체주의의 역사 또한 인류와 함께 시작된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전체주의 사회 체제 속에서 텔레스크린과 사상 경찰을 통해 당의 통제를 받는 윈스턴 스미스의 삶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과 얼마나 닮아 있는지를 깨달으면 무섭기까지 하다. 9,11 테러 이후 미국민은 정부가 테러 방지라는 미명하에 자신들의 삶을 통제하고, 수정하는 것을 허용했고, 결과적으로 스스로가 만든 감옥에 자신을 가두는 우매함을 보여 줬다. 나는 세계 최고 강대국의 국민들이 그렇게 멍청하다는 걸 그 때 비로소 알았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우리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시도하는 소수 권력층의 "조종"하에 살고 있다. 그들은 교묘한 방법(언론, 정책, 선전물 등)으로 우리가 의식을 갖지 못한 채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도록 강요한다. 의식을 가진 국민이 늘어날수록 그들의 통치 기반은 흔들리게 마련이다. 한마디로 그들에겐 말 잘 듣는 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삶이 싫어 보다 의식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동시에 회의주의의 늪 또한 피할 수 없는 유혹이 되기도 한다. 내게 두 가지 삶 중에 한 가지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딜레마에 빠지더라도 후자 쪽을 택할 것이다.
현 시국에서 가장 필독서로 <1984>를 추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윈스턴이 당의 완전무결함에 의혹을 품고 의식을 가지려고 했던 것처럼 우리도 MB의 개인적 목표 달성과 성취감에 희생물이 되지 않으려면 저지할 것은 저지하고, 걸러낼 것은 걸러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깨어 있어야 하고, 끊임없이 건설적인 반대를 해야 하고, 끊임없이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허울 좋은 민주주의를 앞세워 전체주의의 내실을 다져가고 있는 지구상의 모든 나라에 경종을 울려 줘야만 한다. 인간이 지구를 식민화하면서부터 우리에겐 지구를 보다 건강하고, 자연스럽고, 의식을 가지고 숨쉴 수 있게 만들어야만 하는 의무가 주어졌다. 의무를 충실히 수행할 때 권리 또한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