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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의 스캔들 - The Other Boleyn Gir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역시 역사는 많이 알면 알수록 복잡한 법...
영화를 다 본 후 앤과 메리, 헨리8세의 실제 삶이 어땠는지 알아보려 검색을 한 순간, 친절하게도 헨리8세와 6명의 아내, 그 자녀들에 대한 정보가 끝도 없이 펼쳐진다. 각각의 사연도 기구해 중간에 외면할 수가 없어 링크를 모두 눌러 읽어보고 나니 한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영화보다 오히려 더 재미나다.
혹자는 두 여배우의 연기가 훌륭했으며 연출은 군더더기 없었다고 칭찬할런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팥소 없는 붕어빵처럼 밋밋하고 맛없게 느껴졌다. 앤과 메리의 캐릭터는 너무 평면적이고 단순해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고, 비겁하고 나약한 헨리8세 역을 맡은 에릭바나는 비주얼에 카리스마가 넘쳐서 동일인물로 보기에 어려운 지점도 있었다. 꽤나 복잡다단한 역사를 한정된 시간에 옮겨야 해서 바쁘셨던 건 알겠지만 역사적 사건과 갈등의 복잡 미묘함은 다 빼고 그냥 내내 순차적 진행만 하고 있어서 이야기의 매력을 찾기도 어려웠다.
현재까지도 여성의 권력에 대한 욕망을 남자에게 그러하듯이 '여자라면' 한번 가져볼 법한 야망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단순히 왕을 홀려 선정을 망치려는 '요부'로 평가하는 부분은 좀 씁쓸하기도 하다. 우리가 장희빈을 "희대의 악녀"로만 보고 있지만 어찌보면 그녀 역시 시대의 "희생자"였음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것처럼 영화 속 앤 볼린 역시 한 인간으로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면이 많이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다. 사극을 보며 사실을 근거로 한 픽션이 아닌 역사 교과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앤 볼린은 그저 "마녀"로 처형당한 욕심 많고 사악한 여자에 불과할지도 모르기에 그 아쉬움은 더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