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상상시선 3
김재윤 지음 / 상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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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가 좋다. 시 속엔 사람이 있고, 삶이 있다.
그러한 시 속에서 타인의 간접적인 삶을 접하곤 하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보통은 시를 읽고 작가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이번엔 작가의 정보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처음 시를 접했다. 김재윤 시인의 삶은 생각보다 더 치열하고, 뜨거웠다. 만약 그가 자살하지 않았다면 한 명의 독자 팬으로 그를 만났을 수도 있었을 텐데 시를 읽다가 문득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그의 시는 무겁지 않았다. 생각보다 가볍고, 생각보다 소소하고 소박했다. 시 속엔 사람이 있고, 작가의 삶이 있다. 가족과의 추억이 담긴 소재로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고, 눈 오는 날을 좋아하는 사람, 꽃을 좋아하는 사람, 방 안에서 홀로 시를 쓰는 사람이 연상되었다. 시인은 '가만히 앉아' 자신의 삶을 회상하고 회고하는 느낌이다.

한 권의 시는 한 시간 만에 다 읽을 수 있지만, 시인의 삶이 담긴 감정을 이해하는 데는 1년이 걸려도 아깝지 않을 만큼 시를 통해 스스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 준다. 작가 소개를 보면 고인이 된 시인, 국문학도, 열심히 공부한 사람, 배움에 끈을 놓지 않은 사람, 세상에 관심이 많은 사람, 감옥에 다녀온 사람, 제주도 출생이다.

하지만 시를 통해 바라본 그의 삶은 가족과 자연과 문학적 감정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이 시집을 읽고 곱씹어 생각한 것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 펜을 놓지 않고 쉬지 않고 글을 써야겠다, 살아가는 동안 치열하게 나아가야겠다, 시집 제목과 반대로 가만히 앉아있지 말고 똑바로 서서 걸어가야겠다라고 인생의 가치관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의 삶은 그 자체로 쉽지 않아서 가공하지 않은 다큐멘터리다. 어려운 역경과 갈등을 이겨 내는 것에서부터 한 편의 시가 시작되지만, 한 권의 시집으로 삶을 마감한 시인의 감정은 무거움 일까, 가벼움일까. 어느 쪽이든 저 세상에선 억울함 없이 가볍고 평안한 삶이길 기도한다.

- 이른 새벽, 나는 한권의 시집을 통해, 한명의 시인을 만났다.
그의 시를 통해 가만히 앉아있는 삶을 보았고,
나는 가만히 앉아있기보다 서서 걷는 삶을 살기로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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