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에 홀린 듯 주문을 넣은 죠죠의 기묘한 모험 1~12
과거 메가톤 맨이라는 이름의 해적판이 나온 이후, 첫 정발이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은 왕도 배틀물 중에서도 꽤 독특한 편에 속하는데, 드래곤 볼이 주로 비슷비슷한 기술들과 등장인물들의 파워(스카우터 수치나 초사이어인 단계)에 의존하는 것과는 다르다.
능력자 배틀물의 효시라고 볼 수 있는 '스탠드'는 각 능력마다 특화된 기술이나 캐릭터 성격이나 지능에 따라 싸움의 결과가 예측불가 한 것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별 것 아닌 능력이 특정 스테이지, 특정 시간이나 조건에서 치명적이고 절대적으로까지 한순간에 버프되는 공포까지 실감할 수 있게 한다. 개인적으로 헌터헌터, 원피스 등은 드래곤 볼 보다는 죠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혈통과 힘의 절대량을 중시하는 나루토, 블리치는 확실히 드래곤 볼의 직계.
물론 이번에 정발된 1,2부는 죠죠 가문의 기구한 운명의 시작과도 같은 부분이고, 스탠드가 아닌 '파문'이라는 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래도 시리즈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3부와 4부를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은 그 방대한 분량과 마니아틱한 아라키 히로히코의 작풍 때문에 서울문화사, 학산, 대원 등 메이져 만화 출판사에서 꺼려왔던 만화다. 디시 인사이드 만화갤러리(기억이 맞다면)에서 정말 열정적으로 원작을 초월하는 퀄리티의 번역으로 갤러리 이용자들에게 알렸고, 소년만화의 이단이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이 작품의 팬들이 늘어나는 계기가 있었다. 그리고 최근 1,2부가 뛰어난 퀄리티의 애니메이션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아마 애니북스의 주목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메가톤 맨 해적판부터 이번의 정발까지 거의 20년에 걸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만화팬들, 그리고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스캔본 취급을 받겠지만 열과 성을 다해 번역을 했던 아마추어 번역자들에 의해 정말 기적적으로 국내에 발간된 전설적인 소년만화다.
시리즈가 꽃을 피우는 3부와 만개하는 4부, 아라키 히로히코가 어떤 경지에 이르렀음을 깨닫게 하는 5,6부. 세계관의 확장으로 시리즈 물의 한계를 훌륭히 극복해 낸 7부 스틸 볼 런까지 ...부디 애니북스에서 끝까지 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