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1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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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런 문제가 아니라......"
"하아."
"말하자면......"
"......"
"홀린 거죠."
"홀려요?"
 
"예, 집에 홀린 거예요."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산마처럼 비웃는 것'에 이어 국내에 세번째로 소개되는 미쓰다 신조의 책<기관 , 호러작가가 사는 집>은 미쓰다 신조의 악한 본성을 제대로 드러내는 책이 아닌가 싶다. '우타노 쇼고'라는 작가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는 기교무쌍한 작가라면, 미쓰다 신조는 의도적으로 독자를 홀리고 뒤흔들고 기만하다가 무책임하게 돌아서버리는 일본 미스터리 계의 '악동'이라 할만하다. 왜 하필 두 작가를 예로 들었냐면...... 둘다 호오가 꽤 극명하게 갈리는 작가들이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우타노 쇼고의 경우 이미 국내에 상당한 책이 번역되었기에 '장르에 대한 애정'이 확실한 '팔색조'라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면, 미쓰다 신조는 이번에 나온 '기관'으로 언제나 한결같은 '문제아'라는 타이틀을 손에 넣지 않았나 싶다. 장편 데뷔작인 이 책은 미쓰다 신조가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혹은 무엇이었는지) 숨김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독자를, 책에 홀리게 한다.
 
 괘씸하고, 기분나쁜 발상이다. 하지만 싫어할 수 없는 것은 왜일까.
 도구라 마구라, 메두사 같은 책들은 읽고 나서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던져버렸다.
 하지만 미쓰다 신조의 책은 왠지 미워할 수 없는 면이 있다. 그것은......

 
 
 미쓰다 신조의 책은 후반부의 강렬하게 몰아치는 스토리 전개가 인상적이기에 자칫 초중반의 훌륭한 전개들이 저평가 될 수 있는데, 사실 알고보면 처음부터 꽤 공들여서 설정을 잡고 탄탄하게 이야기를 쌓아가는 편이다. '도조 겐야' 시리즈와는 약간 다르게, <기관>에서는 후반부보다는 초중반의 전개가 더 큰 재미를 주고 있는데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본격 미스터리로서의 역할이 강한 후반부보다 호러의 색채가 강한 전반부가 작품의 성격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 때는 조금 미숙했기 때문인지 사실 약간 헷갈리는 점이 있다.
 
 하지만 어쨌든 작가 '미쓰다 신조'가 공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영국식 저택으로 기어들어가 공포소설을 쓴다는 설정과 그가 쓴 소설이 교차적으로 현실(?)과 더불어 서술되는 방식은 그 효과가 상당하다. 의도적으로 ...... (말줄임표)를 써서 챕터를 마감하고, 교묘하게 소설과 이어붙이면서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는데 한편으로는 실제의 무대가 되는 집과 돌하우스 (집의 축소판 모형)을 연관시키려 시도까지 하고 있다.
 
 굉장히 욕심이 많은 작가고, 박식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작가가 언급하는 호러,미스터리의 동서양 작가들, 작품들은 그야말로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며 그에 대한 평가들 또한 귀담아 들을만하다. 듣다보면 일본의 비옥한 토양, 그 탄탄한 반석이 부러운 것도 있지만 말이다...... (그 정도의 물에서 미쓰다 신조 한마리가 아무리 휘젓고 다녀도 금새 더러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장난도 어중간하고 적당히 하면 더 기분나쁜 법, 이 작품이 어설프게 현실과 묶고 몇번의 혼란과 밋밋한 마무리로 책을 마감했다면 아주 기분 나쁜 책이 되었을 거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옮긴이의 말 김은모' 라는 장이 나오기 전까지 도대체 어디가 소설의 끝인지 감을 못잡고 책을 붙잡고 있었던 나로서는 어디서 독자로서의 자존심을 내세워야 될지 잘 모르겠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과 자신이 창조해 낸 캐릭터 도조 겐야의 필명 '도조 마사야'까지 끌어들여 현실을 반영한 것인지 소설을 확장한 것인지 헷갈리게 하는 괘씸함. 그러면서도 허접한 이야기와 설명되지 않는 부분은 찾기 힘든 그 마법과도 같은 매력이 그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미쓰다 신조 같은 자가 또 나온다면 가차없이 돌을 던지겠지만, 미쓰다 신조에겐 돈을 던져 책을 얻으리라.
 
 그가 추구하는 곳이 에도가와 란포에게 닿고 있다면 어느 정도 괜찮은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후세에 란포를 따라하는 자들이 별로 없었던 것처럼 그에게도 그럴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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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2-01-08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도대체 어디가 소설의 끝인지' 이말 정말 공감합니다. 저도 처음에 마지막 '해설'부분이 소설의 일부인지 아닌지 햇갈렸어요. 후반부에 독자를 혼돈으로 몰고가는능력이 정말 특출난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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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구나 해적판으로만 갖고 있었는데......출간해주신 출판사께 감사를... 무조건 봅시다. 근데 고등학생 이상은 되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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