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 : 돈과 마음의 전쟁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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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에서 지난 대선 때문에 가장 힘든 사람을 추려보면, 아마도 가장 앞자리엔 스스로를 C급 경제학자라고 일컫는 일류 경제학자 우석훈 교수가 있을 것 같다. 정말 너무나 열심히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 꿈을 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그였었기 때문에 절망이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우석훈 교수의 열망에 호응하는 젊은이들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문재인이 졌지만 적어도 초라하게 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이유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이 얻은 표는 정말 열심히 끌어모은 표이기 때문이다. 우석훈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흩어지기 쉬운 표들을 결집시킨 결과다. 

 

<모피아>라는 책은 대선 전에 나왔다. <88만원 세대>의 경제학자가 쓴 소설이라는 의미보다는 어찌보면 지금의 정부까지 이어진 대한민국을 비판하고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하자는 취지에서 쓰인 소설이라고 보는 게 무방할 것이다. 이 선거, 우리가 이기더라도 앞날은 밝지 않지만 그 세상을 지킬 가치가 있는 나라로 만들어보자. 그런 취지. 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다. 그가 느낄 절망감은 우리가 느낀 것과는 한편으로 다른 무시무시한 것이었을 것이다. 절대로 이 땅의 지배권을 놓지 않는 '모피아'들을 위협할 수단조차 얻지 못했다는 것.

 

실패한 우리의 반란은 그래서 이 책의 존재를 슬프게 한다. 미래 한국 사회에 대한 발칙한 상상이라고 하기에도, 어딘가엔 존재할지도 모를 평행우주의 한국이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져 버렸다. 철저하게 경제학자 우석훈의 판타지로 끝나버린 셈이다.

 

하지만 꼭 그것만이 이 책의 가치일까. 대선용으로 반짝 나왔을 뿐인 책이라고 생각하는 게 옳을까?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현재의 우리사회에 대한 경고와 우선해야 할 가치 등을 끼워넣고, 바람직한 형태의 경제 민주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점은 높이 살만한 부분이다. 스토리 상으로 조금 투박한 면도 엿보이고 소설가들에 의해 쓰여진 글들에 비해 허술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최후의 공방전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소설로서도 대단히 훌륭하다고 본다. '모피아'라는 존재가 대한민국에서 사라지지 않는 만큼, 이 책 또한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우릴 생각하는지 또 어떤 식으로 대한민국을 좀먹어 들어가는지 최소한 쉽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꽤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소설로서도 꽤 재미있었다. 그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못할 허무맹랑한 것처럼 내 눈에 보이더라도 그런 세상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우석훈이라는 점이 꽤 근사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능력도 없고 비관적이라서 세상을 그렇게 바라볼 뿐이지만 우석훈 교수처럼 똑똑한 사람이 착한 마음까지 갖고 있다는 점은 오늘도 볼품없이 사는 나라도 작은 희망을 품게 한다.

 

세상은 이미 변했다. 스스로의 절망에서 빠져나온다면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대통령 선거는 졌지만 이제 뭐가 문제인지는 알 수 있지 않은가. 좀 더 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서로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다음엔 바꿀 수 있을 것이다. 5년 동안 더 시끄럽게, 그러나 상냥하게 많은 이야기를 할 때이다.

 

부디 우석훈 교수의 바람대로 88만원 세대들이 최소 150만원 세대가 되길. 1달러가 천 원 아래로 내려가서 우리도 살만한 나라라는 생각을 품고 해외를 여행할 수 있길... 믿는 신은 없지만 이 세상에 있다고 알려진 모든 신들에게 기도한다. 

 

별점을 주기 모호한 책이지만 굳이 별점을 주자면 별 다섯에 별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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