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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페우스의 영역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수현 옮김 / 펄프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사실 펄프라는 브랜드의 론칭에도 놀랐지만, 그 작가군에 가이도 다케루가 들어 있다는 건 의외였다.
거기다 SF라니.
다쿠치/시라토리 콤비를 등장시키면서 수많은 작품들을 사쿠라노미야 시와 도조대학 부속병원을 세계관으로 엮은 그이기에, 새롭게 시작하거나 이례적으로 독립된 작품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역시나 이 작품 또한 근미래의 사쿠라노미야를 세계관으로 하고 있으며, 다구치와 다카시나 원장이 등장, 심지어 나이팅게일의 침묵 & 제너럴 루즈의 개선에서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내용이었다.
소재 자체가 콜드 슬립이고, 2014~2015년의 근 미래의 일본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SF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이 작품 자체는 현재의 일본 의료시스템의 맹점이 미래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인간의 생명과 미래를 담당하는 의료분야에서 관료들의 태도와 시스템의 오류가 음울한 디스토피아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확신을 갖고 시작한 작가의 또다른 고발이다.
언제나 민감한 사항을 부각시키기 위해 약간의 신파를 도입하는 가이도 다케루이지만, 그 점이 언제나 독자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는 걸 보면 정말 훌륭한 재주라는 생각이 든다. 인공동면에 들어간 소년 사사키 아쓰시와 그를 5년 동안 돌보면서 그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던져가며 고뇌하는 서포터 히비노 료코의 이야기. 그리고 고전에 등장할 법한, 얄밉고 교활하지만 인간미와 감수성 넘치는 악마 같은 남자 니시노.
사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불만이 꽤 많았다. 반가움은 둘째 치고, 이젠 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연관된 스토리가 아무런 설명없이 새로 론칭한 브랜드에 떡하니 들어있다니...... 너무한다 싶었기 때문이다. 읽고 나서도 이 작품을 독립작으로 알고 덤벼든 사람들은 이 작품의 재미를 절반 정도 밖에 느끼지 못하리란 오지랖 넓은 걱정만 떠안게 되었다. (음, 나중에 출판사 블로그 가보니 설명은 되어 있구나. 대단한 용기와 선견지명에 감사를...ㅜㅜ)
가이도 다케루 월드, 사쿠라노미야 사가에 들어간다면 굉장히 의미있고 우수한 작품이리라. 예담에서 게으르게 후속작 출간을 미루는 사이, 슬슬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들이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있다. 어쨌든 이번 기회로 깨닫게 된 건.
1. 가이도 다케루는 사람 가슴 찡하게 만드는 책을 써내는 데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는 점.
2. 출판사와 작품 설명을 제끼고 가이도 다케루라면 그냥 무작정 구해다 읽으면 될 것 같다는 믿음.
3. 언제 한 번 맘 먹고 그 세계관을 짜맞춰서 전체적으로 이해를 하거나, 그 정리가 잘 되어 있는 블로그를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
이 되겠다.
이 책은 읽고 나서 보면 그 표지가 정말 제대로다. 표지의 이미지가 책 전체 분위기를 잘 잡아주는 그야말로 멋진 표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