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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의 발소리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요즘 내가 보는 원고 빼고는 장편 소설 집기가 영 내키질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서는 읽은 책을 다시 읽는 일은 없던 나였기에.
원고에 질려서 그런 건 아니고 은연 중에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다른 작품에 빠져 있기가 조금 부담된다고나 할까.
그래서 내가 점점 찾게 되는 건 단편집이나 만화책이 되고 있다.
최근에 본 책은 정말 거의 다 만화책이었고, 이 한 권, 술래의 발소리가 그나마 활자로 된 책이었다.
술래의 발소리는 나오키 상을 받기 전 미치오 슈스케, 그러니까 역겹다는 평가까지 들을 정도로 짖궂었던 미치오 슈스케를 순도 100%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단편집이다. 단편인만큼 시간과 페이지에 쫒기지 않고 강렬한 이미지와 충격적인 반전으로 속전속결 독자를 보내버리는 잔인함도 엿볼 수 있다.
공통으로 등장하는 이름. S 라는 남자.
모두 다른 상황에서 다른 이야기의 주체가 되지만 작가 미치오 슈스케에서 따온 S겠지?
어둠 속을 떠돌다 결국 그 어둠에 물들어 까만 그림자로 흩어져 버릴 암울한 이야기들.
여름이 다 지나고 찬바람을 느낄 수 있는 초가을, 혹은 늦여름에 피부가 팽팽해질 정도의 긴장감을 느끼게 해 준 오싹한 단편집.
훌륭하다. 때때로 다시 꺼내어 볼만한 이야기들이다.
미치오 슈스케는 욕하려고 마음 먹으면 찝찝합니다. 그러니까 다들 인정해버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