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X파일 - 진실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이상호 지음 / 동아시아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11시 반? 12시 쯤에 한 30분만 읽으려다가 새벽 3시까지 붙잡고 있었다. (어째 갈수록 글 읽는 속도가 느려져...)

 

그럴 일도 없겠지만, 최근에 기자를 친구로 사귀는 일은 피하고 싶다고 대뜸 말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그렇다. 무서운 사람들이고, 썩어 있는 기자든 참 언론인이든 모두 경계해야 될 사람들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응원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이상호 기자 X파일은 글로벌 기업 삼성이 대선까지도 쥐락펴락하며 노무현 정부에 이 사회를 접수해 버린  그 시기에 이상호 기자가 자신이 몸담은 MBC와 삼성, 청와대를 비롯한 모든 적들과 벌인 싸움의 기록이다. 아니, 싸움이라고 보기엔 너무 불공평한......기자라서 가능한 몸부림의 기록이다. 철저하게 고립되면서 제보자에 대한 의리와 자신의 소신, 사명감 같은 아무런 돈 안되는 것들에 모든 걸 걸고 싸움을 이어가는 이상호 기자는 정말 정신병자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영화에나 나올 법한 비장함과 독립투사나 민주화열사한테서나 볼 법한 깡다구가 느껴져서 멋졌다. 배트맨? 제임스 본드? 돈 한푼 없이 특수장비의 지원도 없이 거대한 악과 싸우는 이상호 기자가 정말로 마지막 남은 히어로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새삼 이 책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은 '고립'이라는 단어다.

밥을 같이 먹지 않는다는 것,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 하나 없다는 것, 모두가 자신을 비난한다는 것. 이런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MBC 라는 우수 언론인들이 모인 집단답게 자신도 모르는 자신에 대해서 이런 저런 살을 가져다 붙여 생판 모르는 쓰레기로 세상에 재정의 해버린다는 것. 뭔가 하지 않으면 그들이 바라는 모습으로 세상에 기억되고, 뭔가를 하면 하는대로 진흙탕 속으로, 그래 늪으로 더 깊숙이 빠져들어 간다는 것... 정말 무섭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이상호 기자의 그동안의 행적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면 이상호 기자는 단순히 김장훈 사건이나 터트리고 이미숙한테 끈덕지게 달라 붙는 관심병 환자로만 사람들한테 여겨졌을 것이다. 이 땅의 진짜 권력 삼성, 전두환부터 진정한 민주화라고 주장했지만 부끄러운 실패만 국민에게 안겨주었던 DJ 노무현 정부까지...... 이 사회 두루두루 부패한 곳을 고발하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고자 했던 몇 안되는 양심있는 기자라는 거, 아무도 모른 채 잊혀졌을 거다.

 

대한민국은 지금 언론에 대한 장악이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삼성과 거대 방송 신문들이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갖는 지배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무한도전이 방송되지 않는 게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았다면 그 아무도 MBC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옹호하지 않았을 정도로, 나꼼수나 이런저런 팟캐스트가 없었다면 그저 무력하게 스스로의 현재와 미래를 잃어야만 했을 것이다.

 .

이 책에는 이 사회를 구해줄 영웅도, 우리를 흡족하게 해줄 결말도 없다. 오로지 계속 늘어나는 악당과 계속 나빠지기만 할 현실을 암시할 뿐이다. 이상호 기자는 몸과 마음 모두 지친 상태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레이스는 끝나봐야 안다. 골에 늦게 들어가더라도, 먼저 들어간 사람들이 다 반칙이면, 묵묵히 정직하게 걸어 들어간 사람이 1등이다.

 

이상호 기자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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