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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베리 나이트 ㅣ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1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미스터리는 꽤 이것저것 찾아 읽는 편인데 <스트로베리 나이트>라는 작품은 고작 출간 몇달 전에야 알게 되었던 작품이다. 기시 유스케의 <다크 존>이 신생 출판사인 '씨엘북스'에서 출간된다는 소문을 듣고 출판사 카페에 찾아가 본 게 계기였다.

일본 누계 160만부, 후지 TV에 의해 드라마화가 되어 2012 년 1분기 일본 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성했을 정도로 화려한 전력을 갖고 있는 책이었다. 등장인물들도 눈에 익은 배우들. 여주인공인 히메카와 레이코 역에 다케우치 유코, 라이벌(?)역인 카쓰마타 켄사쿠 역에 타케야 테츠야... 책을 읽고 등장인물을 들여다 본 순간 이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이 두 배우로 치환이 되어 버릴 정도였다. 다른 배우들은 잘 모르는 배우들에다가 아직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인지 생각할만 한 여유는 없었고.
<스트로베리 나이트>는 경찰소설이다. 여주인공 히메카와 레이코의 카리스마가 두드러지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사 1과의 형사들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균형적인 활약을 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형사들 이미지와도 다르고 유명한 미드 CSI 류의 수사팀과도 약간 다른 전형적인 일본 형사들의 이미지를 잘 살린 것 같다. 다른 작품들에서 종종 보이는 커리어와 논커리어 간의 갈등보다는 고위급 여자 간부의 직장내 치열한 투쟁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승승장구하는 히메카와 레이코에게 대부분의 경찰들은 우호적인 자세를 취한다. 단 한명 카쓰마타 켄사쿠를 제외하고 말이다. 공안 출신의 구시대 형사로 그려지는 속물 캐릭터는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형사들이라기 보다는 기업 사원의 이미지를 풍기는 집단에 이질적인 존재다. 하지만 사건을 논리적으로 풀어가는 히메카와의 팀과는 다르게 스스로의 감과 지금까지 쌓아온 방식으로 진실에 다가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호러 서스펜스 대상 출신답게 <스트로베리 나이트>의 잔혹한 묘사는 읽는 이의 목 뒤를 훑으며 소름돋게 만든다. 단서를 모아 차근차근 사건에 다가서는 형사들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등장하는 살인쇼 중계는 예상치를 훌쩍 뛰어 넘어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우타노 쇼고의 <밀실 살인게임>에서 살의보다 더 우선하는 유희적 감정으로서의 살인에서 엄청난 충격을 경험했는데, 이 작품의 살인쇼 또한 만만치 않은 장면이다.
하지만 자극적인 사건과 흥미로운 인물소개들로 초중반을 사로잡았던 것과 별개로 후반부에서 힘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다행히도 꿍꿍이를 알 수 없는 카쓰마타의 행동들이 긴장감을 유지해주긴 하지만, 사건 자체의 해결 부분에서는 실망하는 독자와 만족스러운 독자의 의견이 꽤 나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스트로베리 나이트>는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 라는 인기 시리즈의 첫번째 타이틀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각 등장인물이 갖는 성격이나 스타일을 확립하는데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면서도 작품 자체의 재미를 떨어뜨리지 않는 스토리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경찰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범인보다도 형사들 각자의 개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시리즈의 형사들은 히메카와 레이코의 카리스마 아래 잘 뭉치고 또는 대항하는 꽤 괜찮은 캐릭터들이다.

빈번히 등장하는 한문들과 조금 어색한 사투리 (실제로 쓰이는 사투리와 소설인물 대사로 쓸법한 사투리는 엄연한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가 거슬리지만 후속편들에서는 많이 고쳐질 것으로 믿는다. 스트로베리 나이트의 경우는 SP 드라마 에피소드였다고 하니 한번 봐야겠다. 물론 후속편에 영향을 줄 본 드라마는 나중까지 남겨둬야 겠지만 말이다. 별 다섯에 별 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