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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유키 쇼지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부랴부랴 얼마전에 구했던 팀 와이너의 <잿더미의 역사>에서 CIA와 베트남에 관한 부분을 펼쳐 읽었다.
남베트남에 대한 지원을 통해 동남아의 공산주의화를 막아보겠다던 미국. 그들의 군사적, 정치적 노력은 때로는 부패정권의 부정축재로, 때로는 베트콩들에게 역이용 당하면서 실패로 돌아간다.
유키 소지의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는 1963년 응오 딘 디엠 대통령 암살사건이 일어나기 전, 사회적 긴장감이 팽팽하던 시절의 베트남을 무대로 하고 있다. 작품의 집필시기가 1962년으로, 당시의 베트남 정세를 어쩌면 정확히 꿰뚫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 외부의 일본 작가가 당시 베트남의 혼란기의 시작을 꽤 논리적 비약없이 그려나가는 모습이, 후에 일어난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과 실패로 돌아갈 전쟁의 비참한 모습을 생각해보면 조금은 무섭다. 모두가 냉정히 바라보고 있는 것을 남과 북으로 갈라진 베트남은 광기에 가려, 미국은 자신들이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편견과 오만함으로 대하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말 같아서다.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는 베트남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 이외에도 태평양 전쟁 이후 일본인임을 버린 전쟁의 희생자들에 대한 걱정어린 눈길 또한 담고 있다. 작가의 관점이 패전국인 일본에 대한 변명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다만 그 안에서 하나의 인생이 망가져 버린 비극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키 소지가 어떤 작가인지는 그 행보를 출판사 측에서 나름대로 검토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역사적인 관점이 문제가 있었다면 한국에서 만나볼 수는 없었을테니까.
이렇듯 흥미로운 국제정세와 일본인 패잔병들에 대한 독특한 시선을 잘 버무리고, '고메스'라는 이름이 중심이 된 미스터리에 접근해 나가는 과정 또한 긴장감이 장점인 소설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본인 주인공이 베트남에 가서 직면한 진실이란 것의 임팩트가 조금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것과 결국 두 이야기를 접목은 시켰지만 주인공은 그 이야기로부터 튕겨져 나가는 듯한 이미지를 준다는 점이다. 오래된 작품이고, 베트남 내전의 틈바구니에서 일본국적의 주인공의 한계가 명확할 수 밖에 없을테지만... 조금은 아쉽다. 스파이 소설에 바라는 흥미진진한 활약이 생각보다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