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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생활 풍경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아모스 오즈 지음, 최정수 옮김 / 비채 / 2012년 1월
평점 :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맨 처음 가장 많이 들었던 감정은 바로 '당혹감'이다.
마치 우연히 초대된 전시회에서 어떤 유명한 그림 앞에 섰는데, 거기서 받는 느낌을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같은 상황 같다. 그냥 지나치자니 내 발걸음을 잡는 뭔가가 있고, 계속 들여다보아도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그런 그림. 내게 있어서 <시골 생활 풍경>은 처음에 아주 어려운 책이었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들이 아니라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이해할 수가 없기에 낯설고 답답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름다운 배경묘사와 보는 이의 감정을 이입시키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묘한 여운을 남기면서 끝난다. 궁금하고 또 궁금하다. 나는 눈을 감지 않았는데, 왜 작가는 불을 꺼버리는 걸까. 불이 켜질 때까지 눈을 뜨고 기다렸는데, 왜 작가는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는거야. 처음 겪어보는 불친절함이 나는 처음에 너무 싫었다.
하지만 읽어나갈 수록 이 책을 읽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크지 않지만 아기자기하게 여러 사람의 모습을 그린 이 그림은 눈길 머무는 곳에서 잠시 쉬면서 그들의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면 된다. 그들이 이미 잃어버린 것들, 혹은 잃을까 걱정되는 것들. 때론 필사적으로 움켜쥐지만 모래처럼 그들의 손등을 간지럽히며 빠져나가버리는 것들을...... 그저 바라봐 주면 된다.
모든 이야기에 공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조카를 기다리는 이모,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늙은 아버지, 짝사랑에 빠진 소년의 이야기는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을 쏟을 뻔했다. 내 마음을 울리려는 어떤 시도도 없었음에도 그 이야기들은 이미 내 껍질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놓고 있었다.
이 작품에 나온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부족함과 결핍에 대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 갈증을 견디면서 사막을 걷고 있다. 그 고통의 원인들은 비록 읽는 이의 상실감을 자극하지만, 그 고통을 보듬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지친 한걸음 한걸음은 딱딱해진 내 어께를 풀어주는 듯하다. 왠지 모르게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비어있는 곳이 많은 이야기라서 스스로의 생각을 한없이 흘려넣어도 넘치는 법이 없고 마음껏 들락날락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꽤 오랜시간 생각날 것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