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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ㅣ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의 책인지, 또 무슨 내용인지, 어떤 점이 장점인지는 워낙 많이 읽힌 책이라서 쓰기도 귀찮다. 또 이 책을 읽어 나가는 과정은 정말 즐거운 일이기 때문에 내용에 관한 언급은 최소한으로 하고 싶다. 소위 페이지터너라는 책들보다도 더 흥미진진하게 책장을 넘기게 만들면서도 가벼움보다는 묵직함이 남아 있고, 새로운 내용이 아님에도 신선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놀라운 작품이란 것 정도만 먼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우리 가카는 여성을 증오하지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도 아니니 언젠가는 꼭!>
각 나라마다 꼭 존재하는 정부와 재벌의 결합, 그리고 그 딸랑이 언론들의 활약상. 2011년부터 2012년까지 ' 나는 꼼수다.' 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사실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그럼에도 뻔뻔하게 주머니를 착실히 불려가는 그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르고 당하면 억울하지나 않을텐데 뻔히 알면서도 막을 수 없고,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은 정말로 답답한 일이다. 아무리 누군가 쫄지마! 우리가 언젠가는 본때를 보여줄테니! 해도... 친일파나 전두환도 제대로 처리 못한 대한민국이 과연 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으니까.
그러나 참 이상하게도 어떤 묘한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어쨌든 진지한 정치인이나 머리아픈 복잡한 글들이 아니다. 비속어와 욕설이 난무하는 정체모를 해적방송과 <밀레니엄> 같은 허구의 소설이다.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통쾌함을 꿈꾸게 함으로서 우리에게도 미래를 거머쥘 수 있을 것만 같은 상상을 하게 된다. 이 어둡고 짜증나는 시대에는 그런게 바로 한줄기 빛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밀레니엄> 1부는 적어도 이것저것 따져보면 깔 곳이 많은 작품이다. 스릴러 소설로 살펴보자면 책 중에도 잠깐 등장하는 발 맥더미드의 '인어의 노래' 보다 뛰어나단 생각이 딱히 들지도 않을 뿐더러, 남자 주인공의 설정 또한 거의 무협지에 가까운 설정인데다 그 덕에 이야기를 해결해 나간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실력도 있으나 기구한 운명의 장난에 고난을 겪는 남자 주인공이 극강의 무공을 가졌거나 좋은 가문의 여자(들)의 몸과 마음을 취함으로서 천하에 대적할 수 없는 극강의 힘을 손에 넣는다. 딱 이거 아니고 뭐겠는가.
그렇지만 이 책의 중심이자 역대 장르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주인공으로 꼽을 수 있는 '리스베르 살란데르 '의 존재는 쉽게 무시할 수가 없다. 그 거침없는 권력이 부패에 찌든 권력을 찢어 발기는 모습이 주는 쾌감은 지금 이시대 이 땅에 사는 사람으로서 너무나도 달콤했다. 정신없이 맛있게 먹고나서 입맛을 쩝쩝 다셔놓고, 나중에 '이런저런 점이 아쉬웠다.' 고 말하는 것은 조금 부끄러운 짓인 것 같다. 간만에 느낀 완벽한 재미였으니까. 것참 이것도 가카의 은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