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은 없다. 학대받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앞으로도 이 몸을 바치리라.

이제 과거에 살 필요는 없다.'

 

 

 이 책에 관심이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있다가 저 강렬한 표지를 보고 과감히 구입한 책. 소네 케이스케의 <코>.

 

 북홀릭에서 나온 <코>가 마음에 드는 이유는 간만에 나온 볼만한 호러 단편집이어서 그렇고, 작가의 기괴한 스타일 - 현실을 꼬아놓은 길을 일부러 찾아 걸어 가는 듯한 전개가 묘한 공감대를 형성해 주기 때문이다.

 

 <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는 음, 책이 너무 얇다는 것. 300여 페이지가 되지 않는데다가 책도 작은 편이기 때문에 정말 순식간에 다 읽어버리고야 만다. 물론 이야기가 흡입력이 있다는 것도 있지만.

 

 이 책에는 세개의 단편이 담겨있다.

 

 사람의 몸값을 노골적으로 주가로 표현하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 - '폭락'

 영화 쏘우의 도입부처럼 주인공이 이유없이 감금,구속되어 시작되는 이야기 - '수난'

 그리고 코가 높은 인간을 '텐구' 코가 낮은 인간을 '돼지'라 부르며 텐구에 대한 탄압을 행하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 - '코'

 

가 바로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이야기는 '폭락'. 철저하게 시장경제에 지배받는 인생들이 자신과 가족, 친구의 주식을 팔고사며 인생을 운영해 나간다는 점이 일단 재미있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펼쳐지는 호러 소설다운 절정-결말부는 호러를 읽는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고나 할까. 기괴한 사회에서 개인의 몰락, 그리고 부조리함 끝에 받게되는 과도한 체벌. 으... 아무래도 난 폭락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수난' 같은 경우는 평이했고, 단편임에도 살짝 질질 끄는 느낌도 나고... 이야기를 짜맞추는 재미도 살짝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낮게 평가하고 싶다.

 

 제 14회 일본 호러대상 단편상 수상작인 '코'에서는 평행선상에 놓인 것처럼 보이는 두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된다. 하나는 '코'의 높낮이에 따라서 신분이 결정되고 탄압이 실시되는 사회. 흡사 일제 강점기의 우리나라나 나치 아래 유태인들처럼 '텐구'들은 '돼지'들에 의해 고통 받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읽으면서 도대체 코의 높고 낮음 기준이 무엇인가요. 하고 애정남한테 정해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호러, 판타지, SF...는 설정이 원래 그렇다는 걸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서...)

 

 다른 하나는 자신의 '냄새'에 유난히도 집착하는 형사가 로리콤 용의자를 추적해 나가는 이야기가 그것인데, 일단 두 이야기의 설정 자체가 한쪽은 판타지 세계, 한쪽은 현실로 보이며 두 주인공들의 성격 자체도 한쪽은 선함, 한쪽은 악함 정도로 인식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 이야기를 높이 산 이유를 조심스레 유추해 본다면 스토리 자체의 공포와 섬뜩함보다도 그 설정의 섬뜩함을 독자에게 안겨주는 재주가 탁월했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잔혹한 묘사와 주인공에게 잔인한 전개 또한 소네 케이스케의 매력이지만, 그 독특한 세계관이 묘하게도 우리 사회와 닮아 있다는 데에서 오는 공포와 그 세계를 마음대로 휘저어 놓는 작가의 무자비함이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다만... 책이 너무 빨리 읽혀 감질맛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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