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레즈 서클 1
로버트 러들럼 지음, 김양희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위키 백과에서 냉전을 검색해보면 (http://ko.wikipedia.org/wiki/%EB%83%89%EC%A0%84) 냉전, Cold War는  2차세계대전 이후 세계를 양분한 주축국인 미국과 소련 진영간에 펼쳐진 모든 기술적 경쟁, 군대의 배치, 첩보전 등을 이른다고 되어있다. 이 때의 경쟁들은 그야말로 팽팽하고 세상을 바꿀만한 거대한 이념의 충돌이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 또한 냉전의 소용돌이에서 큰 영향을 받았기도 하고,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진일보 혹은 도태되게 되는 상황을 떠안게 되었다.

 

 이 때의 긴장감과 비밀스러움은 수많은 픽션과 논픽션의 마르지 않는 샘이 되었는데, 특히나 장르소설 쪽에서는 '첩보물'의 전성시대를 이끌어 낸 최고의 소재였다. 첩보물의 거장이라고 한다면 '프레데릭 포사이드' 와 '로버트 러들럼'을 많은 이들이 꼽는데, 사실 우리나라에도 이 두 거장의 작품들은 많이 소개가 되었었다. 다만, 그 상당수가 헌책방에서도 슬슬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것이 문제겠지만...

 

 로버트 러들럼의 경우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의 원작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본 아이덴티티가 문학동네에서 재출간 되더니, 그의 진정한 대표작이라고 하는 <마타레즈 서클>또한 드디어 국내에 소개되었다.

 

 마타레즈 서클은 미국과 소련, 양측의 최고의 스파이들이자 서로 앙숙인 두 남자가 음모에 휘말리면서 서로 손을 잡고 세계의 흑막 '마타레즈 서클'을 쫒는다는 이야기이다. 소련의 탈레니예코프에게 아내를 잃은 스코필드와 미국의 스코필드에게 동생을 잃은 탈레니예코프가 보다 큰 뜻을 위해서 서로의 손을 잡게 되는 스토리가 조금 식상한 부분도 있었지만 도입부의 화끈함과 잘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로버트 러들럼의 서사방식은 정말 꼼꼼하다. 첩보원의 이동부터 접선, 작업방식 등등 디테일들을 꽤나 자세하게 풀어 놓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떤 의미에서 그 디테일은 정말로 칭찬해 주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가독성을 떨어트리기도 한다. 진도를 더 나가고 싶어하는 남친이 굉장히 끈이 많이 달린 옷을 입고 나온 여친에게 느끼는 답답함 비슷한 것을 느끼게 해준다.

 

 액션도 호쾌하고 그 음모의 진상에 다가서는 과정이 꽤 볼만하지만 글쎄... 보다 스피드있는 전개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약간 장황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다만 꼼꼼하게 집중해서 읽어 나가는 사람에게는 그 차근차근함이 몰입에 비례한 재미를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영화화를 한다면 그 설정만 조금 손보면 될 것이다. 책 자체의 디테일은 영화화에 최적화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설정을 손 볼때 반드시 스코필드와 탈레니예코프의 분량을 재분배해야 할것이다. (아마도 톰 크루즈가 탈레니예코프라면 반드시 그렇게 되겠지만.) 아무래도 스코필드 중심의 이야기로 흘러가면서 탈레니예코프의 역할은 주연급 조연으로 전락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 점은 손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최근 댄 브라운이나 제프리 디버처럼 챕터 간의 공방을 조절하면서 작품 전체의 스피드를 끌어 올리는 방법이 이 작품에선 볼 수가 없다. 옛날 작품인 탓도 있겠고, 로버트 러들럼 자체의 꼼꼼함이 그런 스타일은 아니란 것도 있겠다. 영화화 한다면 두 주인공의 시점을 조금 더 빠르게 오갈 필요성도 있을 것이다.

 

 냉전시대의 책은 귀하다. 최근 국제 정세가 미국과 반미국 테러리스트의 대립구조로 바뀌면서 어떤 팽팽한 느낌은 냉전시대만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의 운명을 쥔 경쟁에서 한치의 빈틈조차 계산된 것이었던 그 때의 싸움은 지금 봐도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지금은 구하기 힘들어진 포사이드의 과거작들이나 과거 고려원에서 발간 되었던 로버트 러들럼의 책들이 인기가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마타레즈 서클>이 더 늦어지기 전에 국내에 발간되어 참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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