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13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
제프리 디버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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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와 늑대의 시간

 

 호시탐탐 양떼를 노리는 늑대와 그 양들을 지키는 양치기 개. 서로 적대적이지만 닮은, 그리고 각자의 본능과 임무에 충실한 짐승들이다. 이 책의 주인공 '코르트'와 그의 맞상대 '캘꾼 - 헨리 러빙'은 바로 개와 늑대의 입장에서 말을 움직이는 게이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제목 엣지(Edge)의 뜻은 이 작품 안에서 어떤 '꼬투리' 정도로 쓰이고 있다. 타겟의 약점이 될만한 것.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조금의 틈 같은 의미.

 

 손 발 디딜틈 없을 견고한 암벽이 손가락 하나 들어갈 정도의 모서리 덕분에 정복당하는 것처럼, 캘꾼(lifter)은 가능한 모든 수단 - 인터넷, 전화 추적은 물론 인질, 고문 등을 이용하여 임무완수를 목표로 한다. 헨리 러빙은 캘꾼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자로, 주인공 코르트의 스승 격인 에이브 펠로우에게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안겨준 악연이다.

 

 보통의 양치기들은 타겟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지만, 주인공 코르트는 양치기 개의 임무는 양떼를 노리는 짐승의 목을 물어 뜯는 것까지 포함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수학과 역사 등에 조예가 깊고, 보드게임 매니아인 그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헨리 러빙과의 대결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며 공격과 방어의 교묘한 균형을 잡으며 그와 그의 의뢰인 (몸통)을 압박해 나간다.

 

 

 2. 제프리 디버의 새 보드게임은?

  

 링컨 라임 시리즈, 캐트린 댄스 시리즈, 여러가지 스탠드 얼론, 007 시리즈의 최신작까지. 제프리 디버의 활약은 그 어떤 스릴러 작가보다 화려하다고 볼 수 있다. 그 최고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디테일'과 '반전'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자료의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 어마어마한 지식을 바탕으로 신체의 장애를 극복하고 수많은 범죄를 막아내는 링컨 라임 시리즈도 그렇고 상대의 동작을 세세한 것까지 읽어 두세수를 앞서가는 캐트린 댄스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엣지>또한 디테일이 굉장하다.

 동작 하나하나, 상황 하나하나 세밀한 묘사는 물론 각종 은어들과 장비에 대한 설명까지 자세하고 꼼꼼하게 한장한장에 들어서 있다. 길고 자세한 문장에 이런저런 설명할 말이 워낙 많으니 이 책의 번역자 분께서 고생했으리란 추측이야 당연히 떠오르는 생각같다.

 

 <엣지>를 새로 우리에게 선보인 작가의 보드게임으로 보았을 때, 이 책의 재미와 매뉴얼의 충실도 면에서는 단연 '합격'과 '만족'을 주어야 마땅할 것 같다. 매력적인 소재를 특이한 방법으로 푼 제프리 디버 못지 않게, 각종 은어와 말장난 등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면 어김없이 원문까지 인용하여 주석을 달아준 번역가 안재권 님 역시 박수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졸기도 참 많이 졸았는데 그 이유인 즉슨.

 

 반전의 대가 답게 분량에 비해 일찍 밝혀지는 사실들은 대부분 허구라는 생각부터 들고, 소년탐정 김전일 읽듯 일단 찍고 보면 진상은 몰라도 범인에는 근접하는 결과가 벌어진다는 것 때문이다. 

 

 그보다도 더 치명적인 흠이라면, 호적수인 헨리 러빙에 관한 부분은 철저하게 베일에 쌓여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취향일지도 모르겠지만 스릴러에서 사건의 해결과 주인공의 매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메인 악당의 매력, 행동, 심리묘사 등등이다. 링컨 라임 시리즈에서 링컨 라임에게 번번히 막히는 범인들의 초조함, 분노나 링컨라임을 기만하고 앞서가는 그 사악함 등이 다른 한쪽의 저울을 맞추어 균형을 맞춘다면, 이 책에는 그런 것이 없다.

 

 오로지 주인공인 코르트의 입장에서 공격과 방어를 하느라 정신없는 모습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 과도한 디테일들이 고스란히 지겨움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의 책 뒤편 날개에는 '반전에도 급이 있고 격이 있는 법, 디버를 읽고 나면 다른 책들은 기교를 부린 책에 불과하다.-힐튼남' 이라는 나의 자랑스러운 한마디가 실려있는데, 아무리 급이 높고 격이 있어도... 기교를 넘어선 반전, 디테일보다 중요한 것은 책 전체의 균형과 재미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잘 읽었다. 번역도, 작품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러나 종종 지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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