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 - 체코 SF 걸작선 체코 문학선 3
온드르제이 네프.야나 레치코바 외 지음, 야로슬라프 올샤jr.박상준 엮음, 김창규.신해경 / 행복한책읽기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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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 는 SF 평론가이기도 한 주한 체코대사 '야로슬라프 올샤' 씨와 국내 SF출판의 큰 축을 맡고 있는 '행복한 책읽기'가 만나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체코 SF 걸작선이다. 
 

 체코라는 나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더 기대한 것도 있고 걱정스러운 점도 있었다. SF라는 장르를 통해 그 사회에 녹아있는 정서의 맥을 제대로 짚기란 같은 문화권, 사회문제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출판사와 기획자의 배려 덕인지 아니면 내 스스로의 둔감함 때문인지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 는 체코 특유의 분위기를 지녔다기 보다는 체코의 뛰어난 SF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코 SF 특징에 관해서는 웹진 판타스틱의 기사를 참고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http://cafe.naver.com/nfantastique.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3921)

 

 사실 이 책의 제목인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 라는 단편은 가장 이 책에서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다만, 책의 제목을 꿰 찰 정도로 가장 튀는 제목이라는 것은 인정해야겠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이야기는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와 <스틱스>,<집행유예> 등 중편에 가까운 이야기 들이고, <양배추를 파는 남자>, <소행성 대에서> 같은 단편들도 꽤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같은 경우는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가 일품이었다. 딱딱한 이야기로 가득 찬 책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이야기 덕분에 걱정보다는 기대를 많이 하게 만들 정도로 재미있었다.

 

 <스틱스>와 <집행유예>는 필립 K. 딕의 기괴하고 비밀스러운 세상을 엿보는 듯한 기분을 살리면서도 찝찝함보다는 깔끔함과 여운을 남겨주는 굉장한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의 이야기들은 밝고 따스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어둡고 건조하며 양미간에 힘을 잔뜩 주고 읽게 하는 어떤 심각한 분위기가 있다. 이런 분위기가 체코 SF의 주된 양상이라고 몇개의 단편을 읽고 판단하는 짓은 하지 않지만, 이 책 자체만으로 놓고 보았을 때 디스토피아적인 요소가 꽤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획자의 취향일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중,단편들은 그러나 꽤 난해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정도로 스스로의 취향에 맞지 않았다.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 라는 책에서 언급한 단편들은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여운이 꽤 남는 편이고, 머릿속에 상당한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멋진 작품이다. SF가 철저하게 외면받는 한국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할지 여부는 일개 독자로서 미지수이나, 이 책을 붙들고 있는 사람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점은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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