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처럼 비웃는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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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년 전이었나? 싸구려 커피와 함께 등장한 장기하와 얼굴들은 대중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별난 이상야릇한 노래로 크게 어필했다. 후크송이나 아이돌 댄스 음악 뿐만 아니라 홍대 인디밴드들의 음악과도 다른 독특한 매력. 그 음악의 뿌리는 지금의 20~30대에게도 생소한 시절의 감성에 있었고 거기에 장기하의 '적절한' 매력이 더해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쓰다 신조의 '도조 겐야 시리즈'.

 이 독특하면서도 친숙한 탐정소설의 개성을 설명하는 데 있어 장기하를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긴다이치 고우스케를 탄생시킨 '요코미조 세이시' 나 기괴한 모험소설의 대가 '에도가와 란포'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데다 괴담, 전설을 주제로 소설을 집필하는 동시대의 '교고쿠 나츠히코'와도 차별되는 작품을 쓰는지라 한 번 붙여놓고 본다는 심산이다.

 



 

 전작인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은 많은 사람들의 호오가 갈리는 작품이었다. 전후 일본의 시골을 배경으로 괴이와 논리 사이에서 쉴새없이 왔다갔다 하는 모습은 혹자에게는 '부잡스러운 책. 기교가 과했다.'라는 평을 받기도 했고 '세련된 긴다이치 시리즈, 반전 폭풍 또한 재미있었다.' 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읽는 이의 머리를 잡아 뽑겠다고 덤비는 작가의 패기가 맘에 들었고, 딕슨 카의 책처럼 괴기와 본격을 섞은 애매모호한 매력에 박수를 보냈던 기억이 있다.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도조 겐야의 활약이 상당히 적은 작품으로 '산마처럼 비웃는 것' 을 읽고 나면 외전으로 분류해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다. 미처 몰랐던 도조 겐야의 스타일을 비로서 접해 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조 겐야는 명탐정으로 소문난 아버지 '도조 가조' 에 대한 컴플렉스와 '괴이한 사건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사건에 찰싹 달라 붙어 꽤 끈질기게 생각을 정리하고 의문점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스타일인 듯 하다.

 

 이미 책의 줄거리에 대한 서평들은 많이 나와 있고, 스토리에 관한 언급은 피하자는 주의기 때문에 장점과 단점을 간략하게 짚어 보고자 한다. 일단 장점.

 

 1. 고리타분하지 않은 요코미조 세이지의 책을 읽은 느낌.

 

 국내에 소개된 긴다이치 고우스케 시리즈를 읽다 보면 가끔 상당히 올드한 표현이 우습게 여겨질 때가 있는데, 미쓰다 신조는 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여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예를 들어 ' 그럴 여유가 생기기도 전에 참으로 처참한 살인사건에 말려들 줄은 도조 겐야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같은 식의 챕터 맺음은 세련되지 못한 방식 같으면서도 묘하게 작품과 맞아 떨어진다.

 

 2. 마더구스와 밀실의 맛이 제대로 살아남.

 

 여섯 지장에 관한 섬뜩한 동요에 맞춰 죽어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한순간에 증발해 버리는 가족들. 어찌보면 좁은 마을에서 경찰들을 보란듯이 따돌리고 행해지는 연쇄살인. 미스터리 팬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소재들이 적재적소에서 오밀조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이 너무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3. 반전의 폭풍

 

 도조 겐야 시리즈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반전 폭풍은 이번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살아있다. 어째서인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결론만 말할 줄 모르는 우리의 탐정은 계속해서 추리를 늘어 놓고 수정하고, 뒤집고 다른 소리를 해댄다. 하나하나 사건의 진상과 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듯하기에 독자는 머리가 아파질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독자가 빠트린 복선까지도 깔끔하게 정리가 되니 괜찮은 방법이란 생각도 든다.

 

 단점을 굳이 꼽으라고 한다면, 위의 장점들이 다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후 일본의 괴이를 소재로 한 작품이 싫다거나, 밀실과 동요가사 따위에 집착하는 미스터리가 싫다거나, 너무 기교를 부린 것 같은 결말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미쓰다 신조의 '도조 겐야' 시리즈는 어필할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호오가 확연히 갈리는 책이 두루뭉실하게 재미있는 책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산마처럼 비웃는 것' 은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8위 등에 오른 꽤 인기작이다. 국내에 발간된 도조 겐야 시리즈를 재밌게 읽은 사람이라면 다음 소개될 작품.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에  기대를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미스터리 대상을 거머쥔, 시리즈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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