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더의 게임 클럽 오딧세이 (Club Odyssey) 5
올슨 스콧 카드 지음, 백석윤 옮김 / 루비박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군대에서 당직근무를 서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었다.
 게임을 좋아하는 한 청년이 군대에서 워 게이머로 뽑혀 훈련에서 가상게임을 벌인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벌어지는 외계인과의 전투였고, 승리를 위한 단 하나의 활로가 대규모의 자폭작전이며 그것을 실행하기 직전에 그것이 게임이 아닌 실재라는 걸 깨닫고 혼란에 빠진다.

 

 와 나 완전 천재아닐까? 글빨만 있으면 이걸로 히트칠 수 있을텐데... 뭐 그런 자뻑과 함께 묻혀져간 이야기.

 

 그런데 후에 아주 유명한 작품의 소재가 그와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책의 주인공은 10살도 채 되지 않은 천재 꼬마아이이며 우주함대를 주무르며 게임하듯이 전쟁을 한다고 했다. 아 이미 그런 이야기가 있었구나 허탈했지만 작가 '오슨 스콧 카드'가 <엔더의 게임>과 후속편 <사자의 대변인>으로 2년 연속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석권한 대기록을 세웠다는 말을 듣고 억울해 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엔더의 게임>을 명랑 쾌활한 어린아이의 전쟁놀이 쯤으로 생각하고 들었던 나에게 책의 전개와 엔더 위긴의 쌓여만 가는 불행감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미래사회의 과학이 발달해서 어린 아이들의 자아가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어른들보다 더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사고하는 방식이 경이롭다기 보단 불쾌했다고나 할까.

 

 '게임'이 오락용이 아닌 자극과 반응으로 인해 서서히 진화시키려는 용도로 사용되면서 이 책의 제목인 '엔더의 게임' 이 얼마나 무겁고 잔혹한 의미를 지니는지 서서히 깨닫게 된다. 거기에 더해 엔더의 형과 누이의 '다른 의미'의 게임이 펼쳐지면서 이 천재성을 지닌 세 남매의 성장기는 맘편히 지켜볼 수 없는 한편의 스릴러처럼 위태위태하다.

 

 혹자는 어디선가 본듯한 소재가 이 책의 독창성을 떨어트린다고도 했다. 또한 엔더의 너무 높은 능력치가 작품의 재미를 반감시킨다고도 했다. 하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소재를 엮어다 제대로 된 스토리를 만들기란 더욱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류작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독보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진화'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는가 싶다. 또한 엔더에게 높은 능력치를 준 대신 누가봐도 그 아이가 짊어진 사명이 무겁고, 고독한 삶이 생의 끝까지 예약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되진 않았다.

 

 심지어 작가는 엔더의 능력치와는 별개로 아무리 강인해도 살짝은 망가질 수 밖에 없는 정신을 세심하게 표현함으로서 읽는 내내 불안과 불쾌감에 사로잡혔던 나를 결과적으로 주인공에게 빠져들게 만드는 끈기를 보여줬다.

 

 언제나 그랬듯이 전설이 될 SF의 첫 작품은 작가의 정수를 쏟아부은 경우가 많다. 이 책 엔더의 게임은 전 세계가 가장 사랑하는 SF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내 인생의 SF 로는 꼽을 수는 없겠지만 정말로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다만 불만이 있다면

 

 아무리 군대라는 설정이 있지만 10살도 되지 않는 꼬마아이들과 대령의 다,나, 까 식의 대화는 어색했고 그마저의 쓰임새도 부자연스러웠다. 무조건 ~였다. ~인 거다 이런 식의 대화는 읽는 입장에서 굉장히 피곤했다. 사실 이런 점에 대한 불평이 없는 것 또한 굉장히 놀라웠다. 역시나 굉장한 작품이란 것만 믿고 비싼 가격에 덜컥 내놓았다는 생각이 들어 짜증도 났다.

 

 용어에 대한 설명도 없고 고유명사를 멋대로 한국식으로 바꿔 놓고 역자 후기에서 대충 이렇게 바꿨는데 이게 더 나을 것이라고 말하는데 상당히 불쾌하고 어이가 없었다. 외국인들이 무슨 절도사 수군통제사 이런 단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냐고?

 

 최근에 나온 '심연 위의 불길' 정도의 납득이 갈 조어능력이나 빵빵한 용어설명할 능력이 없다면 그냥 닥치고 원본대로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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