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스즈키 코지의 '링' 이후로 호러소설이 시각적 효과나 음악이 없이도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고등학생이었음에도 책을 읽은 나 또한 뭔가 하지 않으면 일주일 안에 죽지는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이 들 정도로 무섭고 한동안 그 책 생각에 빠져 지냈더랬죠. 그 후로 괜찮다는 책들을 꽤 읽곤 했지만 사실 그 정도의 임팩트 있는 책들을 만나긴 힘들었습니다.

 

 한스미디어 담당자 분께서 이 글을 읽으신다면 내심 기대하시겠죠? '우리 책이 그런 책이라고 말하고 싶은 겁니까!' 하고.

 

 실망시켜드려서 죄송하지만 그렇진 않았습니다.

 다만 아야츠지 유키토의 <어나더>는 언제나 링과 비교해야 했던 이런저런 호러소설들과는 다르단 말을 하고 싶었을 뿐.

 

 '저주'를 풀기 위해서 그 근원에 다가가고 해결을 위해 몸부림 치는 부분들은 일본 호러소설의 단골 소재라고도 볼 수 있겠고.

 있어서는 안 될 누군가가 끼어들어 일어나는 비극은 국산 대표호러무비 '여고괴담1'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식상해지기 쉽고 평범하기 쉬운 이런 내용을 아야츠지 유키토는 꽤 개성있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나갔다는 점이 꽤 놀라웠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아야츠지 유키토는 '신본격'을 이끌어 가는 작가입니다. 사실 관시리즈만 달랑 읽은 저에게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작가인데 그 이유는 너무 트릭에 집착한 나머지 이야기 자체가 재미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이야기와 트릭 모두 훌륭하게 거머줜 '시계관의 살인사건' 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작품들은 모두 아쉬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신본격이라고 하는 장르 자체가 꽤 어려운 장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서 이 작품 <어나더>에서는 조금 자유로워진 아야츠지 유키토를 만날 것으로 기대했었고, 또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일련의 저주를 그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상'으로 놓고 시작하는 것부터가 '신본격의 기수'로서의 그가 아니란 증거였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줄거리를 설명하면서 서평을 쓰는 것은 굉장히 무례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책을 읽기 전 예비 독자분들에게 흥미를 돋우고자 하는 것이 독서의 즐거움을 날려버리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등장인물과 사건에 엮인 이야기들이 진행되는 내내 독자들의 뇌를 자극합니다. 20년 넘게 글을 쓴 작가라면 당연하겠지만 독자의 불안과 의심을 유발하고 이어나가는 재주는 탁월합니다. 그 재주가 호러에도 적합하다는 것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호러소설인 '링'과 같은 충격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야츠지 유키토식 호러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것 같습니다. 저주의 정체에 접근해 가는 과정, 해제를 위한 몸부림 뿐만 아니라 '어나더'의 정체를 밝히는 사건의 풀이 부분은 확실히 신본격의 피가 흐르는 작가다웠다는 생각입니다.

 

 기시 유스케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작가가 집착처럼 붙잡고 있던 끈을 놓고 시도한 SF 덕분이었다면

 아야츠지 유키토를 <어나더>를 통해 다시 한번 좋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올 여름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밤을 지새워 정신없이 읽을 수 있는 호러소설로 최고의 선택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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